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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김홍빈 구조 나섰던 러시아 산악인 “15명 이상 무시하고 지나쳤다. 미천한 인간” 비판

입력 : 2021-07-25 19:15:34 수정 : 2021-07-26 01: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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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최소한 사고 상황을 무전기 통해 알렸어야” 지적도

데스존프리라이드(deathzonefreeride) 인스타그램 캡처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급)에서 실종된 장애 산악인 김홍빈 대장(57·사진 오른쪽)을 구조하기 위한 수색이 1주일째 진행 중인 가운데 조난 당시 가장 먼저 도우러 나섰던 러시아 구조대의 비탈리 라조(48·Vitaly Lazo·사진 왼쪽)가 현장을 목격하고도 돕지 않은 몇몇 산악인을 질타했다. 당시 김 대장의 헤드램프가 작동하고 있었으나 비슷한 지점에서 먼저 구조됐던 러시아 여성과 일부 산악인들은 돕지 않았다는 게 라조의 구장이다.

 

라조는 24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이 속한 데스존프리라이드(deathzonefreeride) 인스타그램 계정에 “정상에 오르고 싶어하는 욕망은 제대로 준비가 덜 된 관광객이 밤중에 어려운 지형을 넘어가게 만든다”며 “그런 이들은 돌아와야 하는 지점에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문제를 일으킨다”며 “15명 이상의 사람이 김 대장을 무시하고 지나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앞서 김 대장은 지난 18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고봉인 브로드피크에 올라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뒤 하산하다 조난을 당했다. 이튿날 오전 5시55분쯤 위성전화로 구조 요청을 했으며 라조를 포함한 러시아 구조대가 발견하고 끌어올리려 했으나 실패했다. 

 

라조는 또 “어두웠다지만 김 대장의 랜턴 불빛을 보지 못했을 리 없다”며 “김 대장을 끌어올릴 힘이 없었다고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질타를 이어갔다. 

 

아울러 “하지만 최소한 사고 상황을 무전기나 인리치(구조 신호를 보내는 장치)를 통해 알렸어야 한다”고 “SNS에서는 당신이 8000m 고봉을 등정한 용감한 이로 보일 테지만 나는 그저 사람의 목숨을 경시한 미천한 인간이라 말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라조는 글과 함께 구조 현장에서 김 대장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속 김 대장은 해발 7900m에서 9시간 넘게 밤새 고립돼 있었지만 건강한 상태로 보인다.

 

김 대장은 당시 라조의 도움으로 주마(등강기)를 사용해 사고 지점을 벗어나려고 했으나 주마에 문제가 생겨 80도 경사의 가파른 절벽 밑으로 추락했었다.

 

라조는 또 김 대장의 조난과 구조 작업 과정을 러시아 산악 사이트 ’Risk.ru’에 상세하게 올려놨다.

 

라조는 김 대장과 같은 장소에서 조난됐다가 먼저 구조된 여성 산악인 아나스타시아 루노바의 대처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루노바는 당시 하산하면서 만난 라조 일행에 김 대장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조는 “아나스타시아, 당신의 인리치는 제대로 작동했다”며 “인리치로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면 그 장치를 김 대장에게 남겨주고 떠나야 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도움을 기다리는 김 대장을 위해 구조 문자라도 보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산악 전문 인터넷 잡지 익스플로러스웹은 25일 이 같은 라조의 발언을 ‘수색 작업’, ‘고발합니다’, ‘영웅적인 아닌 한심함’, ‘SOS 후 혼란’, ‘김의 마지막 사고’로 나누어 설명했다.

 

익스플로러스웹에 따르면 라조는 “정상 정복에 대한 열망만 있는 많은 미숙련 관광객(등반가가 아닌)으로 등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김 대장의 고소(高所) 포터(짐꾼)는 조난당한 러시아 여성을 구조한 뒤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라조는 더불어 “김 대장을 지나친 산악인이 무전기를 통해 사고를 (왜) 알리지 않았는지 의아하다”며 “무전기의 SOS 버튼을 누른 뒤 김 대장에게 전달할 수 있었지만 그런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의 파트너인 안톤 푸고프킨(Anton Pugovkin)은 러시아 여성을 구조한 뒤 김 대장의 조난 사실을 빨리 알았더라면 구조에 나섰을 것”이라며 “러시아 여성 등이 김 대장의 조난을 알리지 않아 당시 영국 등반가는 크레바스에 떨어진 것으로 인지하고 수색을 하는 혼란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라조는 또 당시 구소 상황에 대해 “김 대장은 지쳐보였지만 건강했으며 손까지 흔들어 보였다”며 “구조를 할 때 김 대장은 손가락이 없음에도 성공적으로 올랐으며, 어느 순간 김 대장의 주마가 걸렸고 얼음을 치우는 듯한 행동을 한 뒤 곧바로 아래로 떨어졌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산등성이로 올라간 뒤 다시 내려갔지만 (김 대장은) 5m 정도 아래에 있어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구조대 소속 헬기 1대가 실종 추정 지점(7400m) 상공에서 6회 순회 수색을 벌였으나 김 대장을 육안으로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1시49분(한국 시각) 구조대 헬기는 베이스캠프에서 김 대장 조난 당시 구조에 나선 러시아 산악인을 태우고 실종 추정 지점으로 출발했다 오후 3시5분 돌아와 촬영 영상을 판독 중이다.

 

파키스탄 육군 항공구조대와 중국 당국은 구조대와 헬기를 파견해 전날부터 수색에 나섰으며, 라조는 파키스탄 구조대와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스캠프에서 도보로 사고지점 인근까지 가는데 3~4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반 루트가 여의치 않아 개척하면서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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