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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변이의 진원지인 인도에서 코로나 감염자 수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 석 달 전 하루 40만명을 웃돌던 신규 확진자는 그제 4만명 아래로 감소했다. 백신 접종 덕분은 물론 아니다. 인도의 완전 접종률은 고작 7%로 세계 하위권이다. 확진자가 급감한 요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다가 자체 회복되면서 국민 70% 이상에서 몸에 항체가 생기는 집단면역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집단 구성원의 다수가 항체를 보유하면 코로나 전파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집단면역은 인간의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생긴다. 코로나 발병 초기에는 엄청난 두려움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지난해 여름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고 회사들은 앞다퉈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200명 안팎이던 무렵이었다. 지금은 코로나가 2000명선을 위협하고 있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은 별로 없다. 코로나 공포에 대한 집단면역이 생긴 까닭이다.

집단면역의 원리는 거짓말에도 적용된다. 어떤 사람이 뻔뻔한 거짓말을 했다면 처음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더라도 그것이 반복되면 점차 무덤덤해진다. 집권층의 릴레이 거짓말이 딱 그 짝이다. 청와대는 집단 감염된 청해부대 장병의 후송을 위해 공중급유 수송기를 급파한 것에 대해 “정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대통령의 지시”라고 자찬했다. 새빨간 거짓이었다. 작년 6월 작성된 합동참모본부의 계획서에 이미 들어 있던 내용이었다. 댓글 여론 조작을 지시한 김경수 경남지사의 거짓말이 법원 판결에서 낱낱이 드러났는데도 여권 대선주자들은 “착한 김경수가 억울하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괴이한 일은 이들의 거짓에 분노하는 국민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지도층의 집단 거짓말에 집단면역이라도 생긴 탓인가.

일찍이 공자가 경고했듯이 거짓으로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 선진 민주국가들이 하나같이 정직을 중시하는 이유다. 도산 안창호는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라고 소리쳤다. 조선이 망한 진짜 원인이 바로 거짓말이라는 게 도산의 진단이다. 거짓이 몰고 올 국가 미래의 후과가 코로나보다 두렵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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