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중국인의 미국 이민은 서부개척과 시작됐다. 1848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강 유역의 금광 발견이 이를 촉발했다. 이듬해 2월 1일, 12주의 긴 여정 끝에 54명의 첫 중국이민자들이 입국했다. 1850년대 중반에 캘리포니아 주민의 10%가 중국인이었다. 중국이민이 급증하면서 인권문제도 심각해졌다. 온갖 차별대우와 무차별적인 폭행에 시달리면서 이들의 사망도 빈번해졌다. 인종차별자의 습격으로 이들의 보금자리가 전소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들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1868년에 체결된 ‘벌링게임 조약’도 사실상 무용지물됐다.

설상가상 1873년의 세계적인 ‘대불황’도 악재였다. 20년간의 장기 불황에 미국 경제도 피해를 입었다. 독일의 은화 통화 폐기 결정은 미국 은광산업의 파산에 직격탄이었다. 미국이 1879년 1월 달러를 금본위제로 본격 전환하면서 그나마 장기불황에서 조기 탈출했다. 1873년에 채택한 ‘화폐주조법’이 진가를 발휘했다.

장기 불황 속에서 중국 이민자의 급증은 미국인에게 눈엣가시였다. 이들이 미국인의 노동시장을 잠식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국노동자들은 임금경쟁력뿐 아니라 근면성실한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당시 미국의 다양한 인프라건설사업이 계획대로 완료됐던 원천이었다. 그래도 미국인의 불만은 여론을 타고 워싱턴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러자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은 1874년 연두교서에서 중국인의 이민 통제를 언급한 첫 대통령이 됐다.

1875년의 ‘페이지 법안’은 연방정부의 이민 통제를 정당화시켰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1879년에 중국인의 선거권 박탈과 공공기관과 사기업의 중국인 고용 금지, 1881년에 중국인과 백인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황이 이렇자 러더퍼드 헤이스 대통령은 1880년 중국에 특사를 보내 중국인의 이민을 중단하는 데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1882년 5월 체스터 아서 대통령이 유학생, 외교관과 상인을 제외한 노동자의 이민을 금지하는 ‘중국인 이민금지법’에 서명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경쟁국에 대한 정치적 비하 언행은 국민감정과 정서를 해치기 일쑤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