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뙤약볕 아래 농사는 옛말… 사무실 앉아서 작물 모니터링 [이슈 속으로]

, 세계뉴스룸

입력 : 2021-07-24 22:00:00 수정 : 2021-07-24 22:18: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청년농 사로잡은 ‘스마트팜’

온실·축사·노지 등에 첨단기술 접목
생산성·품질 향상 노동력 절감 효과

국내 도입률 3%… 초기비용 부담 커
정부·지자체, 청년층 유인대책 다채

단순 자동화로는 매출 만족도 낮아
축적된 데이터 활용이 성공의 핵심
#1. 여러 대의 모니터가 놓인 사무실 공간에서 각종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청년. 그는 지금 농사를 짓고 있다.

전북 진안 다원농업영농조합법인의 성도혁(27) 이사는 1만6529㎡ 면적의 온실 스마트팜에서 토마토를 기른다. 고교 시절부터 스마트팜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오랜 기간 준비했고, 아버지를 도와 운영하던 농장에 2년 전 스마트팜을 도입했다. 성과는 금세 나타났다. 1㎡당 생산량이 16㎏에서 20㎏으로 늘었고 매출액도 2만2830원에서 6만500원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엔 총 10억원 매출을 올렸다.

#2. 김학현(32) 대표가 운영하는 경기 평택의 로즈팜은 국내 스마트 양돈업의 표본으로 꼽힌다. 로즈팜은 겉모습부터 일반 공장과 비슷하고 악취도 거의 없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모돈 1000여마리를 포함해 8000여마리의 돼지를 기른다.

10년 전 어머니의 양돈농장을 물려받아 스마트팜으로 변신시킨 그는 네덜란드, 덴마크 등 축산 스마트팜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와 2017년 정부 지원을 통해 지금의 첨단 농장 설비를 갖추게 됐다. 이전과 비교해 모돈 출하 두수, 출하 품질이 크게 향상됐으며 매출 역시 연 수억원 이상 늘었다.

◆젊은 농업인 유인하는 스마트팜

청년농을 중심으로 국내 스마트팜 농업이 확산하고 있다.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의 도입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필수 과제로 여겨진다.

스마트팜은 온실·축사·노지 등에 첨단 디지털기 술을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생육환경을 적절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말한다. 작물 생산, 가축 사육 등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정 생육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생산성과 품질이 높아지며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

시설원예를 예로 들면, 온실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식물 생장을 좌우하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토양수분 등을 감지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환기, 난방, 차광커튼, 유동팬, 온수·난방수, 모터와 양액기 등이 자동 제어된다.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 생장환경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다.

축산분야도 마찬가지다. 디지털기기를 통해 축사 내외부 환경을 관리할 수 있으며 사료믹스기, 모돈·자돈급이기, 보온등, 발정체크기 등을 제어해 사무실에 앉아서도 가축을 먹이고 기를 수 있다.

스마트팜 도입은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시설원예 스마트팜은 2013년 345㏊에서 2016년 1912㏊, 지난해엔 5985㏊로 급증하는 추세다. 비교적 도입이 늦었던 축산 분야의 경우 도입 농가가 2016년 430호에서 지난해 3463호로 크게 뛰었다.

그럼에도 스마트팜 도입률은 국내 전체 농가의 3%가량(축산농가 기준)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스마트기기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뤄야 하기 때문에 고령층이 다수인 농업인들이 도입을 망설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층을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스마트팜 도입 지원책을 펴고 있다. 스마트팜에 관심이 있는 농업인이라면 지역 스마트팜지원센터를 찾아 컨설팅부터 설립, 운영까지 도움받을 수 있다. 시설원예와 과수 분야는 최대 사업비 2억원 이내에서 60%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축산의 경우 최대 사업비 15억원 이내에서 국고보조금 30%를 지원한다. 자부담 70% 중 50%는 대출받을 수 있다.

다원농업의 성 이사는 “유리온실 설치에 40억원이 들었는데 정부의 스마트팜 지원사업을 통해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스마트팜 성공 비결은 ‘데이터 활용’

스마트팜을 도입한 모든 농장이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일부 작업에만 스마트설비를 도입한 경우 투자비용 대비 매출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성공사례를 따라 무작정 기기를 도입했다가 작동이 미숙해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고장이라도 나면 “스마트팜 괜히 했다. 철거하고 싶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마트팜을 스마트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우수사례로 꼽히는 농장들은 ‘데이터 활용’이 스마트팜 성공의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로즈팜은 모니터링을 통해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돈사 온도와 아기돼지의 이유식 시작 시기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서만 연 3억7000만원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종합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려면 일부가 아닌 전체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좋다”면서 “이를 통한 데이터 활용이 스마트팜 성공의 핵심이다. 데이터 분석 없는 스마트팜은 단순한 자동화농장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수농장들은 자기 농장의 내외부 환경과 노하우에 맞는 적정 시스템을 스스로 구축한다. 스마트팜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데이터를 분석·적용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사람의 몫이므로 깊은 고민과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팜 종합포털 ‘스마트팜코리아’는 스마트팜 농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품목, 지역, 스마트팜 유형 및 규모에 따라 본인 농가의 스마트팜 정보와 타 농가의 스마트팜 정보를 비교 분석할 수 있다.

관련 데이터는 지난달 기준 시설원예 1억2800만건, 노지작물 2500만건, 축산 260만건이 추가되는 등 매달 축적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그간 생산·수집한 농업생산 데이터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하반기에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편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스마트팜 데이터, 빅데이터 분석·인공지능(AI) 개발도구 활용, AI 기반 농업 데이터 솔루션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2019년 카자흐스탄에 처음 조성한 한국형 스파트팜 패키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제공

◆ 개도국에 스마트 농업기술 전수 ‘K팜’ 수출 시동

 

정부는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 활성화’ 사업을 통해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의 세계 수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팜 수출 유망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국립농업대학교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5월 알마티에 1㏊ 규모로 시범온실을 짓기 위한 첫 삽을 떴다.

 

카자흐스탄에 1720만달러 수출계약을 수주한 나래트랜드 등 스마트팜 관련 온실 시공·설계, 기자재, 시스템 분야 전문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사업대상자로 선정돼 이번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범온실은 적설·강우량이 많은 알마티 지역의 기후를 감안해 결로 및 유수 유입 방지를 위한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로 설계됐으며, 올해 10월에 완공되어 가동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국민 주식인 토마토와 오이, 고부가가치 작목인 딸기를 재배해 한국 스마트팜 시스템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농산물 판매·유통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카자흐스탄 국립농업대학교가 스마트팜 관련 작물의 생육모델 등을 실증하고, 현지 대학생과 농업인이 한국 스마트팜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또 다른 스마트팜 패키지 수출 활성화 사업 지역은 베트남이다. 신남방 지역에 한국형 스마트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스마트팜 관련 기업의 높은 선호도, 수출시장 여건(경제성장률, 정보통신기술 인프라 수준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지난해 10월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으며 향후 2년간 한국형 스마트팜 설계 및 시공, ICT(정보통신기술) 기자재 설치 등 스마트팜 시범온실 조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시범온실이 완성되면 베트남 농업과학원(VAAS)과 협력해 현지인에게 스마트팜 교육을 실시하고, 한국형 스마트팜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상황 호전 시 한국형 스마트팜 수출 성과가 곧바로 창출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도국의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을 고려해 스마트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필리핀에 적정기술을 활용한 지속가능 스마트농업을,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에 유엔식량농업기구(FAO)를 통한 미래세대 스마트팜을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공동으로 ‘재단법인 스마트팜 연구개발사업단’을 설립했다. 스마트팜사업단은 2027년까지 총 3867억원을 들여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인 K팜을 연구·개발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스마트팜 연구·개발을 위한 일원화된 체계가 마련됐다”며 “세계 시장 진출 확대 목표도 탄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