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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열풍에 민폐족도 극성… 전국 명소마다 쓰레기 몸살

입력 : 2021-06-15 06:00:00 수정 : 2021-06-15 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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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알박기·밤샘 음주… 주민도 지자체도 “더 이상 못참아”
입소문 나면 전국서 차박족 몰려 ‘북적’
주차 시비 붙고 주민들과 마찰도 빈번
공동화장실 통한 코로나 감염 우려도
지자체, 금지전단 만들고 차단기 설치
협조 안할 땐 벌금 부과 자구책 마련
일부선 무료 주차장 유료화 ‘극약 처방’
부산 기장군 해안가의 캠핑카.

최근 자동차를 이용한 새로운 캠핑문화인 ‘차박(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차박 성지로 알려진 곳마다 소음과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차박’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말 그대로 ‘차박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하지만 청정 바다와 해안선을 끼고 해수욕장까지 갖춘 부산 기장군과 강서구 일대가 차박 성지로 떠오르면서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은 부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 해안선의 45%를 보유한 전남을 비롯해 울산 울주군 등 해안지역 지자체들이 비슷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를 몰고 정처 없이 떠나는 차박은 소수 여행객이 주로 외딴 산골 등에서 즐기는 일종의 이벤트성 여행의 하나였다”며 “코로나19로 ‘비대면 여행’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따라 차박족이 많이 늘고 있지만, 차박 명소로 알려진 지역 주민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성지마다 차 댈 곳 없을 정도로 차박 열풍

부산에서 차박 성지로 전국적 명성이 자자한 곳은 기장군과 강서구 해안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바다를 끼고 해수욕장과 해안선이 발달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데다 공영주차장과 화장실과 같은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차박 마니아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장군 일광해수욕장 일원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자동차로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기장군은 지난해 5월 노상 공영주차장을 개장하고 무료로 개방했다.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 가운데 자연풍광이 뛰어나고 비교적 찾는 사람이 적고 깨끗한 화장실이 구비돼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적인 차박 ‘성지’로 급부상했다. 무료 노상 공영주차장은 자연스럽게 ‘차박족’의 독차지가 됐다.

 

차박은 주변 풍광도 좋아야 하지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과 머무르는 동안 용변과 세안·양치 등 기본적인 개인위생이 가능한 화장실이 필수시설이다. 일광해수욕장의 공영주차장은 해수욕장 내 임해행정봉사실을 포함한 2곳의 공중화장실과도 가까워 차박지 요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건설 부지로 확정된 부산 가덕도 역시 차박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가덕도 천성항과 대항·동선 새바지가 차박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중 2008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가덕도 천성항은 면적이 51만5000㎡에 달한다. 2020년 12월 부분적인 공사를 완공했으나, 지번이 부여되지 않는 바람에 당초 조성 예정이던 위판장과 수산물 가공시설, 냉동·냉장시설 등이 들어서지 않아 공터로 남아있다. 주변엔 개발 붐을 타고 편의점과 카페, 공중화장실, 횟집 등과 같은 편의시설이 자리를 잡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박족들로선선 이보다 좋은 차박지가 따로 없다. 바다와 접한 항구에 넓은 공터와 잘 갖춰진 편의시설, 빼어난 자연풍광과 신선한 공기는 덤이다.

 

천성항 차박지는 면적만 6612㎡에 달하지만, 인근에 거가대교 등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용이해 평일 주말 구별 없이 차박족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마을 주민들은 하루 평균 5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주차장 독점, 주차 시비 등 문제점도 많아

 

하지만 차박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와 소음 등으로 차박지 주민들과 차박족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밤새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는 차박족이 늘다보니 인근 주민들이 소음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다. 차박지 주변은 대부분 자연마을이라 1차 산업 종사자와 노령인구가 많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차박족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등 주민들의 생활권이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차박족들이 머물다 간 자리는 무단 투기한 쓰레기로 뒤덮이기 일쑤다. 이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오롯이 지역 주민들의 몫이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차박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기장군의 경우 차박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양이 워낙 많다 보니 마을 주민의 힘으로 처리가 안 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 방역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자신의 차 안에서 캠핑을 즐긴다고는 하지만, 차박족들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화장실 등 공동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접촉이 발생할 수 있어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마을을 휘젓고 다녀 경찰이 출동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더해지고 있다. 주차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마을 주민은 물론, 같은 차박족끼리도 주차 문제로 자주 다툼이 발생한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문동방파제 주변 차박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자구책 마련에 나선 지자체들

 

부산 기장군은 지난해 12월 일광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안에서 2명 이상이 모여 야영이나 취사·음주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또 차박 금지 홍보 전단을 만들어 해안가와 어항 시설, 주요 거점 고시 간판 등에 설치하고 차량 차단기 9대를 설치했다.

 

기장군은 차박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계도와 함께 지도단속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단속에 적발되고도 협조하지 않는 차박족에 대해서는 최고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장군을 찾는 차박족들이 줄지 않자 기장군은 급기야 그동안 무료로 개방하던 일광해수욕장 노상 공영주차장의 ‘유료화’ 카드를 빼 들었다. 공영주차장 유료화는 다음달부터 3개월간 적용하고, 내년부터 매해 5∼9월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해당 주차장 39면은 2급지에 해당해 10분당 300원의 요금이 책정됐다.

 

기장군은 주차장을 유료화하면 차박족이 주차면을 장기 독점하는 등 차박 관련 일부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장군 관계자는 “주민과 방문객을 위해 무료로 주차장을 운영했으나, 차박족들이 주차면을 독차지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났다”며 “일광지역 사회단체와 이장, 상인회 등에서 먼저 요청해와 공영주차장 유료화를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서구도 쓰레기 무단투기와 주차 문제 등 차박 열풍에 따른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서구는 차박족들의 자율적인 질서 유지를 통한 여가활동 보장을 위해 지속적인 계도활동을 펼치는 한편, 일부 구간 차량 진입 금지 및 주차금지 구역 확대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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