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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어린이날’이었다. 일본에도 5월 5일이 ‘어린이날’이다. 5월이 되면 일본에서는 집 지붕보다 높이 세운 봉에 묶은 천으로 만든 ‘고이노보리’가 연처럼 바람에 펄럭이는 것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보통 아버지, 어머니, 자녀 셋 합쳐서 다섯 마리 잉어가 하늘에 펄럭이는 풍경은 볼 만하다.

어린이날에 잉어를 장식하는 것은 중국 문화에서 유래했다. 중국에서는 잉어가 용문이라는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다 용이 되고 하늘에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어 잉어는 출세를 상징한다. 잉어 장식에는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성장하여 사회인으로 좋은 역할을 하길 원하는 부모의 소망이 담겨 있다. 그래서 밖에서 높이 세우거나 집 안에서 작은 봉 옆으로 잉어가 세 마리 내지 다섯 마리 묶여 있는 ‘고이노보리’를 장식한다. 어느 나라 부모도 자녀들이 잘 성장하길 기원하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일본에는 유난히 명절이나 공휴일에 아기자기하게 장식하는 풍습이 많다.

야마구치 히데코 아시안 허브 다문화 강사

어떤 날이 공휴일이나 기념일로 정해져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 나라 가치 기준을 엿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만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고 6월 셋째 주 일요일이 아버지날이다. 어머니날에는 카네이션을, 아버지날에는 장미를 선물한다. 이것은 미국에서 제정된 날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스승의 날이 없다. 한국에서는 학교 교사들의 방을 교무실이라 부르는데 일본에서는 ‘직원실’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신학기가 되면 선생님들이 학생 집을 방문하고 주로 학생 어머니와 면담하는데 보통 선생님은 현관에 서서 학생 어머니는 마루에 앉아서 10분 정도 학생에 대해서 질의응답하고 다른 집으로 향한다. 특별히 상담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만 들어오시라고 안내하고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한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교육청에 신청하면 시에서 통역할 사람을 보내준다.

한국처럼 학교 소풍 때 학부모가 선생님 도시락을 챙기는 관례도 없다. 인정머리가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나름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대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한국에서는 학급 반장이 되면 운동회 때 반장 어머니가 간식을 학급 학생 수와 선생님 것까지 챙겨서 배달시키기도 하고 햄버거 세트를 준비하는 사례도 봤다.

나도 일본어 강사를 오래 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꽃다발이나 선물, 편지를, 문화원 수강생에게서는 카네이션과 음식대접 등을 받을 때가 많았다. 지금은 학교 선생님에게 선물을 드릴 수 없지만 스승에게 감사하는 날이 정해져 있는 것은 교사에게 위로가 되고 보람을 준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도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나 감사를 환기시키는 날이 된다. 몇 년 전에 졸업한 학생이 학교를 찾아와서 인사할 때 성장한 모습을 보고 대견하기도 했다.

신록의 계절, 포근한 날씨에 가족 간, 사제 간의 정을 다시 확인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간을 보내시기 바란다.

 

야마구치 히데코 아시안 허브 다문화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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