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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성징병제·軍가산점은 젠더 갈등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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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0 22:56:30 수정 : 2021-04-20 22: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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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 이후 ‘이남자(20대 남성)’의 군복무 문제를 놓고 여당 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전용기 의원 등이 재보선에서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한 ‘이남자’를 달래기 위한 방책으로 군 가산점제 부활을 들고나온 것이다. 그러나 1999년 헌법재판소는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여성과 장애인 등 군 미필자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남자’ 마음 되돌리기가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도 시대착오적인 대책을 내놨으니 혀를 찰 일이다.

여성 징병제나 모병제 주장도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박용진 의원은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고 남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해 예비군으로 양성하자고 주장했다. 권인숙 의원 등 일부 인사들도 이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데 찬동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어제까지 1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여성 군복무는 국방정책·인구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단순히 표심잡기식 공약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2010, 2011, 2014년 연거푸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여성 징병제를 실시 중인 북유럽 국가 사례를 한국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기도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 국가는 여성 국방부 장관이 상당수 배출될 정도로 여권 신장이 이뤄졌고, 군대 복무 여건과 처우가 좋아 누구나 군 복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모병제를 도입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재정적 여력도 충분치 않은 만큼 실현 가능성 없는 립 서비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72.5%(추정치)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2018년 말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 대한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겨우 1%였다. 그런데 이번 보선에서는 20대 여성의 40.9%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줬다. 일자리·부동산 문제에 대한 무능과 불공정·위선·내로남불에 20대 전체가 분노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여성은 왜 군대 안 가느냐’며 20대 남성의 ‘역차별’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은 소모적인 젠더 갈등만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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