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혁명이냐 거품이냐… 디지털 자산 인증서 ‘NFT’ 열풍 논란 [세계는 지금]

관련이슈 세계는 지금 , 세계뉴스룸

입력 : 2021-04-18 16:00:00 수정 : 2021-04-18 16:06: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체 불가 토큰’은 대체 무엇인가

디지털 형태로 제공 모든 것들에 적용
블록체인 기술 이용… 대체·위조 불가능
원본·사본 쉽게 구별… 분실·파괴도 못해
아티스트·수집가 등 “새로운 기회” 열광

美 비플 작품, 무려 776억에 깜짝 낙찰
전문가 “초기 시장 가능성 보여준 증거”
“車·부동산 소유권에도 사용… 한계 없다”
가격 2월 대비 70% 폭락 우려 목소리
지난 3월 인공지능(AI)·로봇 회사 핸슨 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만든 인간형 로봇 소피아(오른쪽)와 소피아의 NFT 디지털 작품 ‘소피아 인스턴시에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경매에서 68만8888달러(약 7억7224만원)에 팔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 결과로 세계 예술계가 요동쳤다.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39·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매일: 첫 5000일’이란 작품이 무려 6930만달러(약 776억8530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생존 작가로는 세 번째로 높은 낙찰가다. 웹디자이너 출신인 비플은 단숨에 두 현대미술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2007년 5월1일부터 매일 5000일간 JPEG 이미지 파일 5000개를 조합한 이 작품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던졌다. 무엇보다 ‘NFT’ 작품인 점이 사람들 관심을 끌었다. NFT란 대체 무엇일까.

◆대체 및 위·변조 불가 ‘디지털 인증서’… “수집품의 혁명”

NFT는 ‘대체 불가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디지털 자산의 진위와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인증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장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다만 가상화폐와 달리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한 NFT는 다른 NFT로의 대체나 정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화폐처럼 각각의 가치가 동일해 일대일로 교환될 수 있는 자산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인 ‘대체 가능 토큰’(Fungible Token)과 다르다는 점에서 NFT란 이름이 붙었다.

 

이 때문에 NFT는 쉽게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계에서 원본과 사본을 구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아티스트와 수집가들이 NFT에 열광하고, NFT가 수집품의 혁명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인터넷상 컴퓨터들 네트워크에 저장돼 분실이나 파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AP통신은 “NFT는 비록 인위적이지만 희소성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라며 “희소성 덕분에 뭔가를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의 한 펀드 매니저는 AP에 “디지털 삶에서 소비하는 모든 시간과 돈, 노력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NFT의 또 다른 특징은 개방성이다.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NFT가 될 파일을 전용 플랫폼에 올려 팔거나 살 수 있다. 업로드 수수료는 보통 파일당 30달러가 채 안 되고, 가상화폐로 지불해야 한다. 구매 대금도 가상화폐로 지불한다.

다만 저작권까지 양도되는 건 아니다. NFT 발행인에 따라 다르다. 일례로 ‘매일: 첫 5000일’ 저작권은 비플이 갖고 있다.

NFT는 디지털 형태로 제공되는 모든 것, 그림과 사진은 물론, 음악이나 영상, 심지어는 트위터 트윗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가 2006년 3월21일 트위터에 처음 올린 ‘지금 막 내 트위터 설정했다’(just setting up my twttr)란 트윗은 지난달 NFT로 290만달러(약 32억5090만원)에 팔렸다. 말레이시아 블록체인 기업인 브리지 오라클의 시나 에스타비 CEO가 경매에서 낙찰받았다. 도시 CEO는 수수료 5%를 제외한 나머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아프리카인들을 돕는 비정부기구(NGO)에 기부했다.

음악계도 NFT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음악 시장의 디지털화 이후 NFT가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 록 밴드 킹스 오브 리온은 지난달 초 새 앨범을 NFT로 판매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총 200만달러(약 22억4200만원)를 벌어들였다. NFT 앨범 6장은 평생 밴드의 라이브 공연에서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 골든 티켓과 함께 경매에 부친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달 말엔 인간형 로봇 소피아의 NFT 작품 ‘소피아 인스턴시에이션’(Sophia Instantiation)이 경매에서 68만8888달러(약 7억7224만원)에 팔렸다. 소피아가 자신의 그림과 이탈리아 디지털 아티스트 안드레아 보나세토의 초상화를 결합해 만든 것이다. 그 과정을 담은 12초 분량의 MP4 파일 등도 제공됐다.

이처럼 NFT 시장은 올 들어 활황을 띠고 있다. 그 규모는 수십 억달러로 추산된다. NFT가 혜성처럼 등장한 건 아니다. 2017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출시된 크립토펑크(CryptoPunks)란 프로젝트가 NFT 시초로 평가된다.

◆엇갈린 전망…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vs ‘거품’ 논란도

NFT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다만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크리스티의 현대미술 전문가 노아 데이비스는 “비플의 성공은 (NFT란) 초기 시장의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는 증거”라며 “모든 디지털 아티스트에게 ‘당신의 작품은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776억8530만원)에 팔린 비플의 NFT 디지털 작품 ‘매일: 첫 5000일’. 세계일보 자료사진

NFT 경매 플랫폼 옐로허트(YellowHeart)의 조시 카츠 CEO도 “음악 산업은 NFT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음악 애호가와 아티스트들 간 공생 관계를 촉진하는 분산된 모델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아티스트들은 콘텐츠로 수익을 다시 창출하고, 팬들은 콘텐츠와 콘서트 티켓을 구입할 때 투명성을 갖게 된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기술이 전문인 안드레아스 파크 캐나다 토론토대 부교수는 “NFT에 한계는 없다”며 “자동차나 부동산 소유권을 나타내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NFT가 어떻게 생성돼 거래되는지 규제·감독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고 덧붙였다.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프랑스 작가 에밀리 고뉴는 “예술가들은 조심하지 않으면 저작권을 박탈당할 위험이 있다”며 “누구나 NFT를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예술가들은 NFT 거래에 필요한 가상화폐 채굴에 막대한 양의 전력이 소비되는 점을 우려한다.

일각에선 거품 논란도 일고 있다. 비플의 NFT 작품을 사들인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큰 NFT 펀드인 메타퍼스(Metapurse) 설립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품 우려를 부채질했다. 메타코반이란 필명으로 알려진 그는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NFT) 기술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구입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3월 51만2712달러(약 5억7475만원)에 팔린 크리스타 킴의 NFT 디지털 집 ‘화성 집’의 한 장면. 삼차원 파일로 제공돼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로 체험할 수 있다. 크리스타 킴 제공, CNBC 캡처

CNN방송은 지난 5일(현지시간) “NFT 거품이 이미 터졌을지 모른다”며 “올해 NFT 가격은 2월 고점 대비 약 70%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NFT 시장 조사 사이트인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이날 NFT 평균 거래 가격은 약 1256달러로, 2월 말 4000달러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CNN은 또 “NFT 열풍은 이더리움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며 “이더리움 가격은 올 들어 180% 넘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더리움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NFT 거래에서 많이 쓰인다.

이 같은 상반된 시각에 대해 AFP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은 NFT 시장이 형성되며 가격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시장이 붕괴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심지어 시장이 초기 단계라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화제의 중심에 선 비플은 지금의 상황을 ‘닷컴 버블’(거품)에 빗대 설명했다.

“확실히 NFT 거품이 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쓸모없다고 장담하는 것들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NFT를) 인터넷의 시작과 비교하는데, 인터넷에 거품이 있었고 (2000년에) 터졌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을 멈추게 하진 않았다.”

그는 경매 다음 날 밤 이더리움으로 5500만달러(약 616억5500만원)를 받아 현금화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