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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칼럼] 이젠 사회적·심리적 방역에도 힘 쏟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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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4 23:10:37 수정 : 2021-04-04 23: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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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극복 의학·역학 중심
사회적 단절·불평등 확산 야기
팬데믹 악영향 깊이있게 분석
희망과 공존 방안 이끌어내야

며칠 전 뉴스를 검색하던 차에 한 여성이 커다란 소(牛)의 머리를 안고 지긋이 두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아래로 요즘 서구에선 몸집이 커다란 동물을 안아주며 외로움을 달래려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힐링 사업이 성업 중이라는 기사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의학, 역학(疫學), 바이러스학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면, 이제부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미디어 등 다양한 시각에서 중지(衆智)를 모아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일례로 사회적 거리두기나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는 주효했을 것이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모임을 위시하여 여행 스포츠 여가활동 금지 및 제한에, 재택근무 연장에, 비대면 수업 확장 등이 장기화함에 따라, 개인의 자아 정체성 및 인간관계의 의미에서부터 조직문화 및 교육 효과 등을 거쳐 사회 구조적 불평등의 확산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팬데믹 영향의 크기와 깊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함인희 이대 교수·사회학

사회학자들을 중심으로 위험(risk), 두려움(fear), 공포(panic), 위기(crisis) 등이 핵심적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찍이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했던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다시금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나 침투 가능하고 어느 곳이든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벡이 주장했던 “위험의 민주화”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듯했다. 하지만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슬럼가 및 난민촌이나 노인요양 시설 등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및 전파속도가 빨랐다는 점에서, 더불어 사회적 약자층일수록 위험을 이겨내고 위기를 돌파할 자원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벡 개념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벡이 제안했던 “종말론적 에코운명론” 개념이 오늘날의 상황에 더욱 주효하리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종말론적 에코운명론이란, 개인 차원에서 코로나 위기 자체로부터 벗어나고자 마치 셔터를 내리듯 사회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타인들이야말로 잠재적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공포를 내면화함으로써,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남으로써, 사회적 유대 및 결속력이 약화하거나 소멸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하기야, 요즘 초등학생들은 누군가의 손만 닿아도 움찔하고, 대학생 중엔 집콕 방콕족이 늘어가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침공 앞에서 끝을 알 수 없는 피로감이 우리네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슬기롭게 탈출할 수 있느냐에 모아질 것이다. ‘헬스(health) 대 웰스(wealth) 경쟁’에서 후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림으로써 경제 불황, 소비 침체, 실업률 증가 등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 또한 시급한 극복의 대상임은 물론이다.

너나없이 답답하고 암담하지만, 서로를 잠재적 바이러스 전달자로 낙인찍고 희생양을 만들어 혐오를 표출하기보다는, ‘마스크를 쓴 우리’야말로 협력하고 공조해서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이겨내야 할 공동체 성원인 만큼 서로를 향해 신뢰를 보내는 일을 실행에 옮길 일이다. 코로나19보다 더한 위기상황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났던 우리에겐, 절망 앞에서 좌절하기보다 회복을 향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저력이 있지 않던가.

이제 사회 전반적으로 희망과 회복, 공감과 공존, 동정(同情)과 연민 등의 긍정적 정서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 같다. 글로벌 무대에서든 로컬 맥락에서든 성공한 실례가 있다면 이를 널리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작업 또한 환영한다. 대신 대책없는 낙관주의에 기대어 현실의 엄혹함을 과소평가하거나, 근거없는 비관주의로 무력함의 늪에 빠지진 않도록 하면서 말이다.

 

함인희 이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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