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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女 근로자 백혈병 사망 위험 2.3배”

입력 : 2019-05-22 20:20:40 수정 : 2019-05-22 20: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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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 결과 / 백혈병 발병 전체근로자 比 1.5배 / 비호지킨림프종 사망 위험 3.6배 / 2010년 이전 입사자 피해 크고 / 20~24세 오퍼레이터 발생비 높아 / 故 황유미씨 사망 이후 12년 만에 / 정부 ‘女근로자 혈액암 취약’ 규명
고재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일반 근로자의 갑절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고 황유미씨가 유명을 달리한 지 10년도 더 지나 발표된 정부발 역학조사 결과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은 22일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반도체 근로자 약 20만명을 추적 조사한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6개사 반도체 사업장 9곳의 근로자들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공단은 “2007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생에 따라 2008년 역학조사를 실시, 이후 관찰자료 부족 등 당시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지난 10년간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조사 결과 반도체 여성 근로자의 혈액암(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등) 발생 위험, 발병 이후 인한 사망 위험 등이 일반 국민, 전체 근로자보다 높았다. 백혈병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 국민 대비 1.19배, 전체 근로자 대비 1.55배였다. 사망 위험은 각각 1.71배, 2.3배로 높게 나타났다. 비호지킨림프종은 발생 위험이 일반 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1.92배이며, 사망 위험은 각각 2.52배, 3.68배다. 공단은 “전체 근로자 집단은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라며 “반도체 근로자와 전체 근로자 집단을 비교하는 게 위험을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여러 사항을 종합할 때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공단은 혈액암이 주로 2010년 이전 입사자에서 발생한 점에 주목했다. 2010년 이전 입사자의 경우 백혈병 76건, 비호지킨림프종 94건이 발견됐는데, 2011년 이후 입사자 중 백혈병 환자는 3명, 비호지킨림프종 환자는 2명이었다. 공단은 “2010년 이전에는 현재보다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높았다”며 “시기에 따른 공정 자동화, 생산 제품, 취급원부자재 변화 등 작업환경의 영향이 변화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세계일보 자료사진

혈액암은 오히려 먼지 차단을 위해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클린룸’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진복을 입고 각종 자동화 기계의 운영을 담당, 생산품 검사 업무를 맡은 여성 오퍼레이터, 클린룸 내 설비를 관리하는 남성 장비 엔지니어 등이 백혈병에 걸렸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의 혈액암 발생 비율이 높았다.

조사 대상 반도체 노동자는 혈액암 외에도 위암, 유방암, 신장암과 피부흑색종을 포함한 일부 희귀암 발생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이와 관련해 “반도체 근로자가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암 검진을 받을 기회가 많아 위암 등이 많이 발견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하고, 희귀암의 경우 사례가 부족해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단은 역학조사 보고서에서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의 작업환경 관리를 강화하고 추가 연구 시행을 제안했다. 또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해 반도체 제조업을 포함한 전자산업의 직무별 화학물질 노출 감시 시스템 등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박두용 공단 이사장은 “이번 역학조사 결과는 국내 반도체 제조업의 암 발생 위험을 관리하고 능동적인 예방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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