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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조건 바늘구멍에 신약 ‘그림의 떡’… “죽지 못해 삽니다”

입력 : 2019-05-22 19:23:50 수정 : 2019-05-22 20: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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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P, 비장 절제 여부 따라 결정 / 비급여 적용땐 약값 최대 8배 차 / 6개월간 비용만 1500만원 들어 / 치료제 아직 못찾은 소뇌위축증 / 고가 백혈병 치료약 효과 알려져 / 환자들 “급여 적용해달라” 호소 / 복지부 “약값 급여기준 개선 검토”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머리는 빠지고 밤이면 관절 통증에 시달리면서 뜬눈으로 지새우는 날이 많아요.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특발성혈소판감소성자반증(ITP) 환자인 A(57)씨는 2016년 12월쯤 발병 사실을 알게 됐다. 엉덩이에 손바닥만 한 멍이 든 걸 발견하고 나서였다. ITP는 면역기전(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원리)에 의해 지혈기능을 하는 혈소판이 파괴되는 희귀질환이다. 스테로이드 처방은 물론이고 호르몬제나 면역글로불린(혈소판을 잡아먹는 세포에 가짜 항체를 주도록 하는 약제) 투약도 했지만 백내장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 A씨는 22일 세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유일한 희망이 레볼레이드정(혈소판 수를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는 신약)이라는 약인데 비장절제술을 받지 않았다고 급여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5월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2015년 통과된 희귀질환 관리법을 토대로 희귀질환을 겪는 환자와 가족을 이해하고 질병을 예방·관리하자는 차원에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보건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상당수 희귀질환자는 까다로운 급여 조건 탓에 최신 치료법이나 신약을 활용하지 못하는 등 경제적 부담으로 고생하고 있다.

 

또 다른 ITP 환자인 B(27)씨도 레볼레이드정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해 비장절제술을 고민하고 있다. 비장은 혈액 면역을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이를 절제해 ITP 치료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면역체계를 현저히 떨어뜨려 합병증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완치율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볼레이드정은 급여 적용을 받으면 한 달 약값이 30여만원이지만, 비급여로는 8배인 250만원을 내야 한다. 일반적인 투약기간인 6개월 기준으로 보면 약값에만 1500만원 정도 필요한 셈이다. B씨가 울며 겨자먹기로 비장절세술을 받을지 고민하는 이유다.

ITP를 앓고 있는 19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C(30)씨도 “15개월 때 온몸에 점상 출혈(피부 아래 점 형태 출혈)이 나타나 ITP 진단을 받아 어린이집도 못 보내고 집에서 누워서만 지내게 하고 있다”며 “현재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등 약제로 대응 중이다. 아직 아기라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 쓰는 약제효과가 꾸준히 나타나지 않는다면 레볼레이드정을 투약하고 싶다”고 했다.

C씨의 19개월 된 자녀가 특발성혈소판감소성자반증(ITP) 발병으로 피부에 점상 출혈이 나타난 모습. C씨 제공

ITP 외 다른 희귀질환인 소뇌위축증(소뇌 이상으로 운동능력 저하 등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환자들도 그간 백혈병치료제로 쓰이던 약제인 타시그나에 대한 급여 적용을 최근 주장하고 있다.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소뇌위축증에 타시그나의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2년째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D(41)씨는 “현재 증상 완화를 위해 진통제, 소화제, 심장혈압약, 우울증약을 복용 중인데 얼마 전 병원에서 타시그나에 대해 얘기했고 현재 고가라 차후 급여 적용이 이뤄지면 다시 상의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현재 타시그나는 투약 시 급여 적용 없이 한달 기준 240만원 정도 소요된다.

보건복지부 측은 이렇게 문제가 제기된 약제의 급여기준 개선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레볼레이드정의 경우 2015년 9월 급여기준을 정해 4년 가까이 다 돼 가는데 한 번도 기준을 조정한 적이 없었던 만큼 검토의 여지가 있다”며 “이번 주 환자 측 요구를 확인했고 곧 개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제 급여기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해당 약제를 쓰고 있는 해외 주요 사례를 검토하고 관련 학회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쳐 기준 조정을 결정하게 된다. 타시그나의 경우 애초 다른 질환에 쓰이던 약제인 만큼 기준 조정을 위해선 좀 더 엄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급여기준 조정과 함께 약값을 두고 제약사와 줄다리기가 이뤄질 테니 최종 결론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그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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