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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 날릴수록 존재감 ‘업’… 막말 수렁에 빠진 정치권 [뉴스분석]

입력 : 2019-05-21 19:05:46 수정 : 2019-05-21 22: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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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막말 퍼레이드 왜 / 총선 의식해 경쟁하듯 수위 높여 / 국회 모처럼 대화국면에 ‘찬물’ / 황교안, 文에 “김정은 대변인 짓” / 독재자 후예 발언 정면으로 반박 / 靑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아” / 여권 “도둑 제 발 저린 격” 공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추진을 비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의) 대변인 짓을 하고 있다”고 독설을 날리면서 또 한 번 각을 세웠다. 황 대표의 ‘대변인’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가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는 등 정치권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존재감 부각을 위해 앞다퉈 독설과 막말을 쏟아내면서 가까스로 재개될 기미가 보이는 대화 국면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맥아더 동상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소속 국회의원·당직자들이 21일 오전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에 헌화한 후 걸어나오고 있다. 인천=뉴시스

황 대표는 2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을 찾아 헌화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독재자의 후예는 누구냐”며 “진짜 독재자 후예는 김정은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김정은이 진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해 달라.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김정은의) 대변인 짓 한다고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기념식에서 “독재자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5·18 망언’ 징계와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추천에 미온적인 한국당을 겨냥한 발언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달창’ 표현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연일 정치에 대한 혐오를 일으키는 발언, 국민을 편 가르는 발언이 난무한다. 하나의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보통 ‘말이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말을 한다. 그 말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1 야당 대표로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한 분이 대통령께 금도를 지키지 못하고 막말 험담을 쏟아낸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선거제 개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후 상대에 대한 막말과 독설을 서슴지 않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집회 ‘문재인 STOP’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온라인 용어를 사용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황 대표를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했고, 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이를 반박하면서 생방송에서 문 대통령을 ‘한센병’에 비유해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정치권의 잇따른 막말 및 실언 행태에 대해 “상대에 대한 독한 발언을 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정치적 효능감에 도취되고 있다”며 “상대를 혐오하는 발언이 거세질수록 경색된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색깔론에 근거한 막말과 독설은 정치 혐오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대표는 이날 파문이 확산하자 인천 남동공단 중소기업 대표자 간담회를 마친 후 ‘대변인 짓’이라고 발언한 게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변인 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며 현장에 있던 시민 발언을 인용해 언급했다고 해명했다. 한국당은 해명문을 내고 “대변인 ‘짓’이라고 발언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창훈·박현준·안병수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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