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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증거물 귀신이 가져갔나··· 허탈한 조사결과 [이슈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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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21 20:00:00 수정 : 2019-05-21 20: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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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경우 수사기록 일부가 당연히 보존되어 있어야 할 (장자연씨와 의혹 당사자 간) 통화내역, 디지털포렌식 자료, 수첩 복사본 등이 모두 기록에 누락된 것은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이나 검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이례적이며, 의도적인 증거 은폐까지 의심된다.”

 

지난 20일 배우 고(故)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수사기관의 증거은폐 등 법왜곡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밝힌 내용이다. 

 

과거사위는 장씨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부실 수사를 했고,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하면서도 당시 검경 수사 담당자와 책임자에 대한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 

 

문준영 과거사위 위원(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브리핑에서 “(수사와 관련해) 여러 부분에서 중요한 자료가 누락됐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과거사위가 수사 담당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들 ‘그럴 리가 없다’고 진술했다”며 “누락이 의도적이었다고 판단할 만한 구체적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주요 자료와 증거물이 남아있지 않은 것에 대해 검경의 의도적 인멸이 의심되지만 수사 담당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하고 이를 반박할 증거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사위 조사 결과는 현재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다투는 검경 모두 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할 대상이란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음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와 관련해 과거사위가 밝힌 검경의 석연찮은 행태.  

 

◆부실한 압수수색 및 주요 증거자료의 기록편철 누락 등

 

과거사위의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수사 초기인 2009년 3월 15일 경찰은 장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여 장씨의 자필 기재 다이어리와 수첩, 휴대폰,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이어 압수한 휴대전화 3대와 컴퓨터, 메모리칩 2개는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완료했다. 그러나 수사기록에 있는 것은 ‘장자연의 컴퓨터에 대본, 기획안, 프리토킹 동영상, 골프여행 사진 216장이 있었다’는 간략한 수사보고와 ‘메모리칩 3개 중 2개는 닌텐도 게임팩이며, 1개는 2003년 3월경 촬영한 사진 9매 있음’이라는 경기경찰청의 중간회신이 유일하다. 또 디지털포렌식 결과물인 엑셀파일을 저장한 CD가 기록에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 

20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그해 3월 31일 장씨의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을 적어 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대해 압수수색 계획을 세웠으나, 이후 이 부분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내용 확인 등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전혀 없다. 과거사위는 “휴대폰과 컴퓨터 등의 디지털포렌식 분석자료는 현재 경기경찰청 및 분당경찰서에 보관되어 있지 않으며, 장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화내역 기록·디지털 압수물 자료편철 누락

 

당시 경찰은 장씨와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 등 주요 관련자에 대한 1년치 통화내역을 조회하였으나 현재 보존된 수사기록에는 통화내역이 편철돼 있지 않았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었던 데다 이 사건으로 명예훼손 소송도 발생하는 등 추가적인 형사적 분쟁도 예상됐던 점, 피의사실 대부분이 불기소 처분돼 재수사의 가능성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통화내역 원본을 기록에 보존했어야 한다는 게 과거사위의 판단이다.

 

또 경찰이 장씨의 휴대전화, 컴퓨터와 메모리칩을 압수한 후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한 결과를 받았음에도 이를 기록에 편철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담당 검사도 이런 부분을 확인해 객적인 자료를 기록에 보존토록 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유족이 ‘장자연 문건’을 받을 당시 상황을 녹음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 누락

 

장씨의 유족 A씨는 2009년 3월 12일 유족들이 ‘장자연 문건’ 작성에 관여한 매니저 유모씨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만나 ‘장자연 문건’의 원본 및 사본을 받아 소각하는 과정을 녹음하였다. A씨는 사흘 뒤인 15일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녹음기를 가지고 갔는데 당시 상황이 다 녹음되어 있으니 수사에 참고하세요”라고 진술했고, 경찰의 진술조서에도 “이때 봉은사에서 녹음된 녹음기를 제출하여 보관하다”라고 기재됐다. 그러나 해당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수사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또 A씨의 진술조서에는 A씨가 본 ‘장자연 문건의 내용 및 형식’을 A씨가 자필로 기재하고 기록에 첨부한다고 기재돼 있으나 수사기록에 해당 문서가 첨부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과거사위는 “통화내역, 디지털포렌식 자료, 압수물 등 객관적인 자료들이 모두 기록에 편철되어 있지 않은 이유가 석연치 않으나, 자료가 누락된 것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외압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이나 검사도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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