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전국의 버스노조가 15일 파업을 철회·유보하면서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울산 버스노조가 협상을 늦게 타결하는 바람에 유일하게 이날 오전 4시부터 6시간 파업을 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남구 옛 울주군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버스기사 처우개선을 위해 임금을 올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란은 겨우 피했으나 남은 숙제가 만만치 않다. 주 52시간 근무제 강행으로 촉발된 버스 총파업 위협에 당정이 요금인상과 준공영제 확대 시행을 대책으로 내놓으면서 결국 서민 쌈짓돈과 국민 혈세가 투입되게 됐다. 준공영제 확대를 위해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중앙·지방정부 등 부담 주체를 정하는 건 무엇보다 난제로 꼽힌다. 준공영제가 확대되면 지방자치단체 관할 일반광역버스(빨간버스)와 국토교통부 관할 광역직행버스(M버스) 등 약 3000대 규모가 대상이 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 및 준공영제 평균 월급을 전국 모든 버스에 적용할 때 약 1조3433억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전국 시내버스의 준공영화 비용을 빼면 실제 소요되는 재원은 적어지지만 그래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건 분명하다.
갈등의 불씨도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서울·부산 등 8개 지역 버스 노사는 합의했으나 경기 등 5개 지역 노조는 파업을 보류하고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요금을 200원, 400원 올려 ‘시민 주머니를 털어 파업을 막은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과 울산, 창원 등에서 노사가 버스기사 정년 연장을 협상카드로 쓰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번지고 있다. 민간기업 직원들의 늘어난 정년까지 보장하기 위해 국민 혈세가 낭비돼선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버스요금의 부분적 인상은 그럴 시기도 됐고 불가피해지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주민들께 부담을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담화문을 내고 “준공영제 도입으로 막대한 재원 소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을 잘 안다”며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면밀하게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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