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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버스 '공회전' 때문에 힘든데"…헌재 "경찰 탓 아냐"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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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5 12:00:00 수정 : 2019-05-15 11: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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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사관·국회 앞 경찰버스 공회전 따른 부작용 심각 / "경찰버스 공회전·오염물질 배출은 국민의 환경권 침해" / 헌법소원 받아든 헌재, 각하 결정 / 추경안에 개선책 및 예산 포함… "조속히 통과시켜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 주차된 경찰버스들이 공회전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 부근에 일터가 있는 직장인은 점심식사 등으로 이동할 때 미국 대사관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를 종종 볼 것이다. 매일같이 시동을 켠 채 서 있는 경찰버스 앞을 지나며 배기 가스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은 경험이 있는 시민도 적지 않다.

 

직장인 A(35)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경찰버스 앞을 지나면 배기관 매연 냄새가 겹쳐 호흡 곤란을 느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미국 대사관 앞만 그런 게 아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도 각종 집회와 시위가 워낙 잦은 곳이다 보니 경찰버스가 수시로 출동해 대기하며 공회전을 하곤 한다.

 

환경운동단체가 미국 대사관과 국회 앞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하기도 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 사안을 다룬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경찰車 공회전·오염물질 배출은 국민의 환경권 침해"

 

15일 헌재에 따르면 시민 B씨는 최근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헌법상 기본권인 환경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B씨는 청구서에서 “경찰은 1년 내내 경유 사용 차량인 경찰차를 국회 앞 및 주한 미국대사관 정문 부근에 주차하고, 상시적으로 공회전을 함으로써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 대기 중인 경찰버스들이 공회전을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통상 경찰버스는 대규모 집회·시위가 발생하는 도심 곳곳에 시동을 켜둔 채로 정차해 있다. 전경들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추울 때는 히터, 더울 때는 에어컨을 각각 켜려고 공회전을 하는 것이다.

 

이에 B씨는 “헌법 제35조 제1항은 환경권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민은 이 규정을 근거로 경찰에 공해 배출을 금지할 것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며 “경찰의 공해물질 배출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경찰이 국회 앞 도로 및 주한 미국대사관 정문 부근에 경찰차를 주차한 채 공회전을 함으로써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행위가 B씨의 환경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사건의 핵심 쟁점인 셈이다.

 

◆헌재 "경찰은 직무 수행 중일 뿐… 공권력 행사 아냐"

 

청구서를 받아든 헌법재판관들은 정차 중인 경찰버스의 공회전이 과연 헌법소원심판 대상인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부터 살폈다.

 

재판관들이 보기에 경찰버스의 환경오염물질 배출 행위가 공권력 행사는 아니었다. 경찰이 시민들한테 일부러 나쁜 공기를 공급하려고 국회 및 미국대사관 부근에 버스를 세워놓고 공회전을 한다고 볼 순 없어서다.

 

이선애·이종석·문형배 3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 제2지정재판부는 최근 B씨의 헌법소원을 ‘각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하란 헌법소원 제기에 필요한 법률적 조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 여부를 따져볼 것도 없이 심리를 종결하는 처분을 뜻한다.

 

재판관들은 “경찰버스에 의한 환경오염물질 배출은 경찰이 범죄의 예방, 경비 등 직무 수행을 위해 국회 및 주한 미국대사관 주변에서 기다리는 중 부수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행위”라며 “경찰이 국민을 직접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에서 행한 것이 아니므로 헌법소원심판 대상인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추경안에 개선책 및 예산 포함… "조속히 통과시켜야"

 

헌재 결정은 현행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으로 논리상 타당하지만 당장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시민 C씨는 “안 그래도 미세먼지 때문에 괴로운데 공회전 중인 경찰버스 옆을 지나면 머리가 다 아프다”며 “시민이 고통을 받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문재인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2019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추경)’에 이 문제를 풀 해법이 어느 정도 담겼다. 경찰버스 공회전 문제를 완화하고자 정차 시 전기충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전국 경찰청 소속 버스 가운데 212대를 무(無)시동 냉·난방장치를 설치한 버스로 교체하는 사업도 있다. 장치 설치에 버스 한 대당 600만원이 소요되는데, 추경은 이를 위한 예산 12억7000만원을 반영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5월 안에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돼야 6월에 집행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경찰버스 공회전으로 인한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추경 통과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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