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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칼퇴근’과 직장문화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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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24 21:24:27 수정 : 2019-04-25 1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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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루 8시간씩 5일, 여기에 휴일 근로를 포함해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이 1주에 일할 수 있는 최대 노동시간이다. 그 전까지의 68시간 노동시간보다 16시간이 줄어들었다. 한동안 계도기간을 가졌고, 2019년 4월 1일부터 이 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이후 최장 4개월 동안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과 같은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한 50∼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50인 미만은 2021년 7월부터 차례대로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된 배경에는 장시간 노동으로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것을 회복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책 의도가 있다. 한국 임금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5년 2071시간(2016년 205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휴식이 있는 삶, 일·생활 균형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직장인이 휴식과 취미활동, 자기계발을 하는 것을 기대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사업체의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상당수 대기업은 ‘컴퓨터 오프제’를 실시했다. 일과 시간 이후에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져 집에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자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통해 야근 수요를 줄여나가고 있다. 몇몇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을 추가 채용했다. 추가 채용으로 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다소 증가했지만 직원의 직무 만족과 업무효율이 좋아진 것으로 평가하는 회사도 있다.

그렇지만 국내 기업에서 ‘정시퇴근’이 완전히 자리 잡은 곳은 거의 없다. 직장인은 정시 ‘땡’하는 순간 칼같이 회사를 나서는 것을 ‘칼퇴근’ 또는 ‘땡퇴근’이라 한다. 직장인은 칼퇴근하면 칼을 맞을 수도 있다는 썰렁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 초과근로를 하는 것은 감수하지만, 상사가 퇴근 직전에 일거리를 맡겨 초과근무를 하는 데는 불만이 크고, 특별한 업무도 없는데 상사 눈치 보느라 정시퇴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못마땅해한다. 퇴근 이후 상사가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시퇴근은 미국이나 서유럽 나라에서는 상식이다. 직장인은 취업계약에 근거해 일하면 된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정시퇴근은 당연하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관리자는 현지 직원의 정시퇴근 관행에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는 그러한 관행에 적응했다. 업무시간 종료와 함께 퇴근하는 직원을 질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시퇴근을 못하고 상사의 눈치를 살피는 관행은 일본과 한국처럼 집단주의 조직문화가 있는 곳에만 존재한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정시퇴근을 위해 법과 제도를 시행하는 것 못지않게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직장문화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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