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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실 갈 때 유모차 들고 가야"…갈 길 먼 육아 편의시설 [밀착취재]

입력 : 2019-04-22 06:00:00 수정 : 2019-04-22 1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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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서울 지하철 역사 중 수유실 있는 곳 31% 불과 / 서울교통공사 '1역1동선' 구축서 수유실은 제외 / 유모차 끌고 가기도 어려워
서울 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수유실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로 가기 어려워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지난 주말 서울 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수유실을 찾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역사 내를 한참 헤맨 끝에 수유실을 찾았지만, 이마저도 쉽게 갈 수 없었다. 역사내에서 수유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육아용품이 든 가방을 짊어지고 유모차를 끌고 있던 김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씨는 행인에게 도움을 청한 뒤에야 수유실에 갈 수 있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혼자서 수유실에 가는 건 불가능했을 것 같다”며 “애초에 수유실 이용자를 고려한 위치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나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육아를 위한 공공 편의시설은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공공시설인 지하철 역사만 해도 여전히 수유실이 미비한 경우가 많은 데다, 수유실을 갖춘 곳도 이용자의 편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하철 역사 69%에 수유실 없어

 

19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277개 역사 중 수유실이 있는 곳은 88개 역사로 전체 역사의 31%에 불과하다. 오래된 노선일수록 수유실은 적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경우 수유실을 갖춘 역사는 종로3가역과 동대문역뿐이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수유실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로 가기 어려워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공공시설인 지하철 역사에도 수유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용객들의 불편이 컸다. 수유실이 없는 역사에선 역무실 내 공간을 임의로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별도의 매뉴얼이 없어 수유실이 있는 다른 역을 안내하는 일이 많았다. 직장인 정모(33)씨는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나갔다가 선유도역 인근에 수유실이 없어 여의도역까지 가야 했다”며 “지하철 역사라도 수유실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역사 내에 수유실이 있어도 위치를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식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유실의 유무와 위치를 안내하고 있지만, 초행인 경우 헤맬 수밖에 없었다. 홈페이지와 앱에서 제공하는 역사 안내도는 범례의 크기가 작아 알아보기 어려웠고, 수유실이 후미진 곳에 위치한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 강모(29)씨는 “매일 시청역으로 출퇴근을 하지만, 역사 내에 수유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수유실 위치에 대한 눈에 띄는 표기나 안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유실 있어도, 유모차 끌고 가기 어려워

 

가장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이지만 오래된 역사가 많아 수유실로의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유모차나 휠체어의 이동편의를 위한 ‘1역1동선’ 구축을 추진 중이다. 1역1동선은 지하철 출구부터 승차장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 가능한 동선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현재 1역1동선이 갖춰지지 않은 26개 역사 중 10개 역사의 개선사업이 내년까지 이뤄진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의 수유실은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서울교통공사의 1역1동선 구축에서 수유실은 제외돼 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의 경우 1역1동선이 구축된 것으로 파악돼 있지만, 이들 역사의 수유실은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방법이 없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일부 지하철 역사의 경우 구조적 문제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이들 역사에 대해서는 대안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시설 수유실 비중 65%, 남성 출입 제한된 곳은 36%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시설의 수유실 여건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보건소를 통해 설치·운영 중인 수유실 3259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공공시설의 수유실 비중이 65%에 달했다. 시설 별로는 공공기관(782곳), 공공청사(759곳), 교통시설(500곳), 교육기관(84곳) 순이었고, 병원 등의 공중시설이나 민간기업의 수유실은 1134곳으로 34%에 불과했다. 

 

남성이 출입할 수 없는 수유실은 36%(1202곳)에 달해 여전히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수유시설 관리기준 권고안’을 통해 아빠들의 수유시설 출입을 권장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도 남성의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을 부착해 논란이 일었지만, 현재는 남녀 모두 출입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글·사진=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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