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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야 이긴다"… 동북아서 벌어지는 ‘스텔스’ 경쟁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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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9 10:00:25      수정 : 2019-04-19 11:15:00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가상 표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스텔스(stealth) 전투기.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채 공중전을 벌이는 전투기가 동북아에서 가장 ‘핫한’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일본, 한국은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앞세워 동북아 하늘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 적극 나설 태세다. 이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J-20, J-31, SU-57을 개발하면서 스텔스 전투기를 포착하는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북아의 정세를 주도하기 위한 힘을 확보하려는 역내 국가들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잔해 한조각도 넘겨줄 수 없다”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9일 아오모리(靑森)현 인근 바다에 추락한 사고는 스텔스 기술이 얼마나 민감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고 직후 일본은 자위대와 해상보안청 함정 및 항공기를, 미국은 P-8A 해상초계기와 B-52 전략폭격기까지 투입해 F-35A 잔해 찾기에 나섰다. 자그마한 기체 조각도 넘겨주지 않으려는 일본과 미국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9일 오후 7시 27분께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三澤) 기지의 항공자위대 소속 F-35A 전투기 1대가 미사와시(市) 동쪽 약 135㎞ 태평양 해상을 비행하던 중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일본 방위성은 10일 실종된 기체의 일부로 보이는 부유물이 발견됐다며 추락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 헬기와 미군 항공기가 사고 해역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F-35A는 미 공군과 한국, 영국, 호주, 일본, 이스라엘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이 도입중인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미국은 F-35A를 우방국들에게 공급, 군사동맹체제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배치하지 못한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지만 미국의 철저한 기밀 보호 조치에 가로막혀 F-35A에 대한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터키가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 도입을 시도하자 미국은 “러시아에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F-35A의 터키 인도를 잠정 중단했다. 군용 항공기와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을 통합해야 방공망을 완성할 수 있는데, F-35A와 S-400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에 F-35A 관련 정보가 넘어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F-35A 잔해를 중국과 러시아가 확보한다면, 미국의 스텔스기에 쓰이는 전파흡수재 성분과 도색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F-35A를 포착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일본이 수색과정에서 잔해를 발견하면 즉각 인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는 이유도 기밀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일본은 대당 116억엔(약 1178억원)에 달하는 F-35A 105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잔해가 중국 또는 러시아에 넘어가면 본격적인 실전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F-35A의 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바다에 떨어진 F-35A의 잔해를 둘러싸고 동북아 4대 강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다. 

 

한국 공군 F-35A가 3월 29일 청주 기지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개발 뒤처진 중국, 러시아…탐지 능력 강화

 

미국보다 스텔스 전투기 개발이 뒤쳐진 중국과 러시아는 탐지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십년 동안 축적해온 레이더 개발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스텔스 전투기가 적의 레이더 탐지 시도를 무력화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빈틈’도 있다. 스텔스 전투기가 적을 공격하기 위해 내부 무장창을 개방할 때, 순간적으로 레이더 반사면적이 높아진다. 이때를 노리면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 요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중국 방산업체들은 최근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테라헤르츠파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헤르츠파는 플라스틱이나 나무 등 비(非) 이온화 물질은 투과하지만 금속 물질에서는 반사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는 기체에 특수 도료를 칠해 레이더파를 흡수한다. 반면 테라헤르츠파는 특수 도료를 투과한 뒤 전투기 금속 표면에서 반사되므로 스텔스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 테라헤르츠파의 출력이 약해 레이더 탐지 범위가 제한되지만, 기술 개발이 지속되면 지상 레이더 기지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하는데 쓰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중국 공군 J-11 전투기가 비행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중국이 지난 2017년 공개한 YLC-29 패시브 레이더도 스텔스 전투기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탐지 대상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수집해 스텔스기를 추적하는 패시브 레이더의 첨단 유형으로 평가받는 YLC-29 레이더는 민간의 무선주파수 변조 신호를 이용해 공중의 스텔스 표적을 탐지,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전파방해 대응 능력도 높였다. 

 

기존 레이더는 전자파를 발사한 뒤 항공기에 반사돼 돌아온 전자파를 수신해 위치를 파악한다. 패시브 레이더는 물체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수집하기 때문에 스텔스 전투기 추적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S-400 지대공미사일을 내세우고 있다. 최대 사거리가 400㎞인 S-400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다. 3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까지 탐지해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터키가 구매의사를 밝히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공군 SU-57 스텔스 전투기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기존에 운용중인 공군 전력을 한데 모아 합동작전을 펼치는 방법도 있다. 2대 이상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다수의 전투기를 결합시킨 방법이다. 수백㎞ 떨어진 곳을 탐색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레이더가 수상한 흔적을 포착하면 또다른 조기경보기가 해당 공역에 레이더파를 집중한다. 스텔스 전투기로 의심되면 열 또는 적외선 탐지능력을 갖춘 전투기를 보내 정밀 수색을 하거나 공격을 한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공군이 신형 조기경보기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은 기존 레이더보다 고속 기동물체 탐지능력이 향상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갖춘 KJ-600 조기경보기를 개발중이다. 러시아도 지난 2월 신형 조기경보기인 A-100의 첫 비행에 성공했다. 디지털 비행제어와 위치식별장치 등을 갖춘 A-100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미 공군의 E-3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공군 F-35A가 3월 29일 청주 기지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조기경보기와 전투기의 합동훈련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대만 일대에서 조기경보기와 J-11, SU-35 전투기 등이 참가한 가운데 공중 순찰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 실전배치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전력을 융합, 방공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 전투기로 구성된 합동부대를 서부 유럽에서 동부 연해주까지 신속하게 전개하는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F-35A 40대를 도입키로 하고 2대를 국내에 반입했다.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가 적지 않지만, 주변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텔스 기술의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35A 20대 추가 도입이 거론되고 있으나 관련 사업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많다. 공군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전력을 최대한 융합, 시너지를 높여 공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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