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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 쉽게" vs "편법 부의 대물림"…상속제도 논란

입력 : 2019-04-15 23:00:00 수정 : 2019-04-17 17: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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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가업상속공제 완화 검토” / 이재웅 “혁신성장 의지 꺾는 일” / 한국, 세율 50%… OECD 2번째 / ‘稅부담’ 유망중기 경영권 포기도 / “불법·편법 상속은 철저 단속하되 / OECD 평균수준으로 세율 낮춰야”

‘기업 편법승계를 막기 위한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vs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커 가업 승계를 가로막고 있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기업 상속과 가업 승계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그동안 상속 완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편법을 동원한 ‘부의 대물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탓에 매번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한진 사안과 별도로 국내 가업상속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상속인의 기업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에 가세했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홍 부총리는 12일(현지시간) 기업상속제도 사후관리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7년 전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 이상 경영한 연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원)를 공제하는 제도다. 독일은 가업상속공제 사후 관리 기간이 85% 공제일 경우 5년, 100% 공제는 7년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에서 민간공동본부장을 맡았던 이재웅 쏘카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득권의 가업상속을 쉽게 해주는 정책을 추진해 혁신성장의 의지를 꺾고 있다”며 “기득권을 강화하는 가업상속공제를 용이하게 해 줄 때가 아니라 혁신성장에 올인해도 될까 말까인 때”라고 비판했다. 2014년에는 국회 여야 원내대표 등이 협의해 만든 상속 수정 방안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부결됐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가장 높다. 특히 한진그룹처럼 경영권 있는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할 경우 보유 주식을 일률적으로 할증평가해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데, 할증률은 중소기업 10∼15%, 일반 기업 20∼30%다. 경영자의 재산을 상속하면 세율이 최고 65%까지 치솟는 셈이다. 경영자가 생전에 준비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 해당 기업은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1973년에 설립된 국내 고무 제품 생산업체인 ‘유니더스’는 2015년 말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아들이 기업 경영의지를 밝혔으나 50억원 상당의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2년 뒤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손톱깎이 제조업체인 ‘쓰리세븐’도 창업주가 2008년 유명을 달리하면서 유족에게 약 15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됐는데, 유족은 가업 승계 대신 지분 매각을 택했다.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 온라인 화장품 판매업체인 ‘에이블씨앤씨’ 등의 기업도 상속세 문제로 사모펀드 등에 지분이나 경영권을 넘겼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지만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매출액 3000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피상속인의 10년 이상 가업영위, 지분율 50% 이상(상장사 30% 이상) 등 적용 조건이 까다롭다. 반면 독일은 자국 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상속인의 최소 가업영위기간을 두지 않으며 확보해야 하는 지분율도 25%로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불법·편법 승계를 철저히 단속하면서도 가업을 잇는 중견·중소기업을 위해 상속세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나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처럼 배우자나 직계비속의 상속 시 상속세를 낮게 부과하고 친족관계가 멀어질수록 상속세를 높게 차등부과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피상속인의 보유주식의 가치를 20∼30% ‘뻥튀기’한 다음에 세금을 매기는 할증과세 대신에 실질 과세 원칙에 충실하고,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 총액이 아니라 상속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등의 방안도 거론된다.

 

김범수·박영준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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