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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상식 저버린 ‘中企 레저단지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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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5 23:28:38      수정 : 2019-04-15 23:28:41

지난 2월28일 제26대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김기문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당선됐다.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 대통령(중통령·中統領)’으로 불린다. 여기서 ‘중’은 36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지만 재임 4년 권력이 대통령 다음이라 ‘중’이라는 말도 있다. 김 회장은 23대, 24대에 이어 세 번째 집권하게 됐다. ‘할 말 하고 할 일 하는 당당한 중앙회’를 내세운 점이 주효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무제 등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중기업계 입장을 단호하게 제시하라는 표심일 것이다.

그런 그의 공약 리스트에서 ‘중소기업 종합레저단지’ 건립이 눈에 띈다. 5년 전 24대 때 추진하다 예산부족, 임기만료가 겹쳐 중단했다. 이번엔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을 재개발한다’는 안을 내놨다. 새 부지 매입이 아닌 기존 자산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다. 김 회장은 레저단지건립추진단을 출범하고 단장도 임명했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중소기업인력개발원은 어떤 곳일까.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이 시설은 지상 3, 6층 건물 두 동에 교육·휴게·숙박시설이 들어서 있다. 연면적 1만3000㎡(약 4100평), 부지는 3만3000㎡(약 1만평)에 이른다. 1997년 개관한 이곳은 삼성이 기증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위해 건립한 국내 최초의 연수기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삼성 흔적이 없어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재계에 따르면 1991년 박상규 중앙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만나 “인재양성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1987년 취임한 이 회장이 부품사와의 ‘공존공영’을 설파하던 때다. ‘양산조립업은 부품사 경쟁력이 곧 삼성의 경쟁력’이란 경영철학이었다. 박 회장과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눈 이 회장은 “연수원을 기증하겠다”고 약속, 용인 인력개발원이 탄생했다.

삼성 비서실은 수도권 내 연수시설 건립이 불가하다는 법에 막히자 ‘중소기업은 예외’라는 조항 하나를 넣는 데 1년을 썼다. 이어 땅만 제공하는 것으로 기안하자 “직접, 제대로 지으라”는 질책이 떨어졌다. 준비팀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후지제록스, 미국 하버드대 등 벤치마킹할 시설을 찾아다녔다. 1994년 기공식에 참석한 이 회장은 “연수원이 너무 작다”며 레포츠시설을 추가하라고 했다. 완공 후엔 “교육·운영법도 알려주라”고 해 삼성인력개발원이 3년간 투입됐다. 공사비는 23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불었고, 운영비만 40억원 가까이 들어갔다.

중기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다.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 지금의 처우·환경도 중요하지만 미래비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청년들은 ‘유망 중소기업 판단 기준’ 1순위로 ‘직원에게 투자하는 기업’(40.8%, 한국중소기업학회)을 꼽는다. 28년 전 중앙회 선배는 삼성 총수를 찾아 이런 척박한 현실을 읍소했고 기업은 통 큰 결단으로 화답했다. 해외 유수 시설에 뒤지지 않는 교육시설을 목적으로 기증한 땅과 건물이다. 이를 레저단지로 개발한다는 몰상식과 기증자 당대에 벌어지는 이런 결례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김기문 회장에게 묻고 싶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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