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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부모님, 귀여운 형제자매들. 아마 최후가 될 이 몇 마디를 여러분에게 씁니다. 오늘 30명이 처형된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7명은 알파벳 순으로 나보다 앞서 처형됩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가장 큰 슬픔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자긍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아들은 훌륭한 부모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로서 민족의 생명과 자유, 진보와 조국의 명예를 위해 정당한 투쟁을 하다 죽는 것이니까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저항한 유럽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마지막 편지 모음집의 내용이다. 글을 남긴 그리스 대학생 에우스타리토오스 디모포우로스는 1944년 5월3일 재판 없이 처형됐다. 노르웨이 레지스탕스 대원 요아킴 뢴네베르그는 독일의 핵 개발을 저지한 영웅이다. 노르웨이에 있던 원자폭탄 제조시설을 파괴했다. 그를 포함한 공작팀은 신출귀몰한 작전으로 독일군의 삼엄한 경비망을 뚫었다. 낙하산과 스키를 이용해 목표지점에 도달한 뒤 배수용 파이프를 통해 내부로 진입해 폭탄을 설치했다.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대원이던 이브 드 다루바흐. 그는 튀니지에서 이탈리아·독일 연합군과 싸우다 턱이 부서지는 부상을 입고 후송됐지만 “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 없이 친구들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치료를 거부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탈리아의 10만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독일 장군들의 항복을 받아내고, 도망치던 무솔리니를 체포해 즉결 처형했다. 영국의 보고서는 “빨치산들의 승리가 없었다면 연합군이 그토록 신속하게, 적은 희생으로 승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의 배후에 ‘천리마 민방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이 단체는 스스로 북한 정권의 전복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언론인들에게 “우리 단체 구성원의 신분을 파악하더라도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체제 유지에 사활을 건 김정은 정권의 추적 단서가 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천리마 민방위’의 레지스탕스로 북한 주민의 삶이 밝아지는 날은 과연 올 것인가.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 보장을 염원하는 세계인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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