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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성혁 5년간 0원… 장관 되겠다는 이들의 ‘기부금 민낯’

입력 : 2019-03-19 19:09:39 수정 : 2019-03-19 23: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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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7명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태 / 국민은 1인당 연평균 154만원 ‘나눔’ / 최정호, 소득대비 기부율 0.9% 그쳐 / 김연철 1392만원·박영선 1081만원 / 진영, 5028만원 중 80%가 정치후원 / 박양우, 5820만원 중 86% 종교단체 / 조동호, 8억여원 벌어 5976만원 내 / “기부는 리더십의 척도… 솔선수범을”

문재인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대로 실천한 후보자는 많지 않았다. 이들의 지난 5년치 소득과 기부액을 분석한 결과 누적 기부액은 0원부터 59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5년간 국내외에서 한 번도 기부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초기 로마시대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말로 주로 사회 지도층의 병역문제나 기부문화 등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말한다.

지난 8일 발표된 7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이뤄진다. 사진은 2017년 6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 모습. 뉴시스

◆재산과 소득은 높지만 기부에 인색한 장관 후보자들

 

19일 취재팀이 국회 인사청문요청안을 분석한 결과 장관 후보자들의 지난 5년치 총소득액(세전 기준) 대비 기부율은 높게는 9.5%에서 낮게는 0%까지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스웨덴 해사대(WMU)에서 교수로 일하며 연간 1억3000만원을 벌었고, 국내에서도 지난 5년간 연금 등 3억7365만원의 소득을 올린 문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과 스웨덴에서 기부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문 후보자가 한국과 스웨덴에서 기부를 한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국내외 합산 연간 2억원대 소득을 올리면서도 건강보험과 관련해 20대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해 지난 10년간 건강보험료로 35만원만 납부했다.

 

서울 강남3구 ‘갭투자’와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 청약으로 수십억원의 부동산 시세차익을 기록 중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같은 기간 5억6726만원을 벌었는데 기부액은 542만원으로 소득 대비 기부율은 0.9%에 그쳤다. 특히 최 후보자는 2017∼2018년 사이 한 번도 기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통계연보(2016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평균 기부액은 154만원(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자 포함)이며 소득이 높은 종합소득자의 1인당 평균은 362만원이다. 5년치로 단순 계산하면 각각 770만원, 1810만원이다. 일부 후보자는 국민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부를 했고, 후보자들이 고소득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관 후보자 중 절반 이상이 기부에 인색한 경향을 보인 셈이다.

 

◆특정 분야에만 치우친 기부도 많아

 

물론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보자도 있었다. 2014∼2018년 총 5억2454만원을 번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5028만원을 기부해 소득 대비 기부율이 9.5%로 후보자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현역 의원인 진 후보자는 자신의 총 기부액 가운데 4035만원이 정치자금 기부였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5년간 8억6611만원을 벌었는데 이 가운데 6.9%인 5976만원을 기부했다. 조 후보자는 국립대 교수(카이스트)로는 이례적으로 450만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배급사 CJ E&M 사외이사를 지내 개인 소득이 가장 많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이 기간 8억8657만원을 벌어 6.5%인 5820만원을 기부했다. 박 후보자는 전체 기부액 중 5000만원이 종교단체 기부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4억5346만원을 벌었고 이 가운데 3%인 1392만원을 기부했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이나 종교단체 후원금을 낸 적은 없었고, 비영리기관 등이 해당되는 지정기부금(종교단체 외)과 법정기부금만 낸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5억41만원의 소득을 신고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총소득의 2.1%인 1081만원을 기부했다. 4선 국회의원인 박 후보자의 정치자금 기부금은 760만원으로 진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부는 리더십 척도, 기부 확산에 솔선수범해야”

 

전문가들은 후보자들이 장관이 되겠다고 국민 앞에 나선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수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기부액은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실천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기부는 사회지도층이 가져야 할 리더십의 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 부소장은 “장관 후보자들이 앞으로라도 솔선수범해 우리나라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도 “5년간 기부를 전혀 하지 않은 장관 후보자가 있다는 건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기부에 관한 인식이나 노력이 없는 분들이 장관 후보자가 되고 장관이 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조병욱·이우중·김건호·이창훈 기자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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