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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휴지 버려” vs “버리지 마” 공중 화장실에 ‘휴지통’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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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6 08:00:00      수정 : 2019-03-16 02:27:49

“변기 안에 휴지를 버려주세요” / 번기에서 물티슈 등 일반 쓰레기도 / 수압이 약해 변기가 자주 막혀 ‘골머리’ / 공중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애라…‘현실은 달라’ / 시민 의식이 함께 성장해야 /광범위한 공중 화장실법…‘여전히 논란’ / 단속 나서는 지자체도 고민

 

“돌아서면 막혀 있고, 변기가 막혀 넘칠까 봐 하루에 몇 번을 청소하는 줄 몰라요. 점심시간 때 사람들이 공원을 찾잖아요? 온통 신경이 화장실에 가 있어서 밥도 제때 못 먹어요. 생각해 보세요. 넘치면 화장실 바닥이 어떻게 되겠어요?”

지난 13일 서울의 한 근린공원 공중화장실에는 ‘휴지통이 필요 없는 깨끗한 화장실’이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게 붙어 있지만, 변기 옆 작은 휴지통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부터 생활 쓰레기까지 버려져 있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근린공원에서 운동 겸 산책 차 들렸다가 공중화장실 이용한 최모(45·남)씨 문을 열자마자 인상을 찡그렸다. 화장실 휴지통에는 먹다 버려진 각종 음식물에서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찔렸기 때문이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휴지통이 필요 없는 깨끗한 화장실’라는 안내문이 보였지만, 안내문과 달리 휴지통이 비치돼 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남성 화장실에 “여성용품은 수거함에 쓰레기는 외부쓰레기통에”라는 빨간색으로 눈에 띄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인상을 찌푸린 최씨는 “‘버리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휴지통을 없애자는 부분은 공감한다. 그리고 공중 화장실 특성상 시민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 떨어지는 행정이 아니냐는 생각이 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공중화장실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대변기 칸 내 휴지통을 비치하면 안 된다. 국제 행사인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화장실 휴지통 때문에 생기는 악취나 해충을 막고 화장실을 청결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변기 옆 작은 휴지통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부터 생활 쓰레기까지 가득 차 있다.

이에 따라 휴지는 변기에 버리도록 하고, 여성화장실에는 휴지통 대신 위생용품 수거함이 설치했다. 신축하거나 새로 단장하는 남성화장실에는 소변기 가림막을 설치해야 하고, 화장실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설계하도록 했다. 만일 공중 화장실에 해당되는데도 휴지를 변기가 아닌 휴지통에 버리도록 안내했다면 지자체가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할 수 있다.

 

정부는 지속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있지만, 현실은 달라 보였다. 공중 화장실뿐만 아니라 근린시설에도 “휴지는 변기 안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휴지통은 여전히 비치돼 있었다.

변기 주변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부터 각종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이틀 후 다시 찾은 근린공원 화장실 휴지통에는 여전히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작은 휴지통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부터 생활 쓰레기가 넘쳐 바닥까지 널브러져 있었다. 휴지통에는 각종 술병부터 술안주로 보이는 쥐포·족발 등도 보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바닥에는 물티슈가 널브러져 있었고, 양말과 속옷도 버려져 있었다. 특히 공중 화장실에 비치된 두루마리 휴지는 변기 주변뿐만 아니라 세면대까지 물에 젖은 채 널브러진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뭉쳐진 휴지는 물에 젖은 채 두꺼워 보였고, 손을 씻고 화장실 휴지로 닦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공원 한 관계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안내문을 부착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며 “쓰레기를 너무 버리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휴지통을 두고 있어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휴지통을 없애니 계속 지저분하다는 민원도 들어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어요”라며 “공원 곳곳 화장실을 계속 돌면서 청소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나마 겨울철과 봄철에 이 정도지 여름철만 되면 악취가 심해져 물청소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속도로 한 졸음쉼터에는 ‘사용자 주의사항’이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게 붙어 있지만, 변기 옆 휴지통에는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공중화장실법) 시행령’ 따르면 규모가 2000㎡ 이상인 근린생활시설은 공중 화장실로 포함된다. 근린생활시설은 아파트나 주택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상가건물 음식점·PC방·노래방 등이 입주해 있다.

 

지난 11일 찾은 서울 여의도 한 상가건물 화장실. 이 화장실에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 ‘사용한 휴지는 변기 안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화장실 문에 부착돼 있었지만, 변기 옆에는 휴지통이 비치돼 있었다.

 

포스터 위에는 별표와 함께 ‘변기가 너무 막혀요. 꼭 실천 부탁드립니다’, ‘휴지를 조금씩 사용해 주세요’,‘중간에 물 한번 내려 주세요’,‘청소하시는 분 조금만 배려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호소하듯 부착돼 있었다.

 

건물 한 관계자는 “공중 화장실과 내 집 화장실 중 어디가 더 깨끗할까요? 당연한 것 아니에요”라며 “휴지통 두고 욕먹는 게 낮지 막히는 날에는 바닥은 물론이고 밖으로 오물이 넘쳐흘러요”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는 행정안전부에서 배포한 포스터가 붙어 있지만, 변기 옆에는 휴지통이 비치돼 있다. 포스터 위 부분에는 별표와 함께 ‘변기가 너무 막혀요. 꼭 실천 부탁드립니다’, ‘휴지를 조금씩 사용해 주세요’,‘중간에 물 한번 내려 주세요’,‘청소하시는 분 조금만 배려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호소하듯 부착돼 있다.

사람들이 휴지를 버릴 때가 마땅치 않아 개방된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변기에 버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공중화장실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하면서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밀면서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것은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는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니다. 남이 안 본다고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화장실은 생활 문화 공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중 화장실은 비단 국내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도 무료 화장실이 논란이 됐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64) 회장이 지난해 5월부터 음료 구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방문객에게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다. 개방 뒤 쓰레기가 넘쳐났다. 화장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위생 문제가 돼 직원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공중 화장실의 범위가 넓다. 민간영역도 공중 화장실에서 영역에 속한다”면서 “국가에서 하는 일을 개인에게 부담이 준다기보다는 화장실 문화가 잘 자리 잡는 것을 우선이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지키면 민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겠냐”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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