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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러와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를 이끄는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수년 전 자신의 비정상적인 감정상태에 대해 털어놓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당신의 삶이 멋져 보인다”는 글을 올리자 머스크는 “실상은 엄청난 도취감과 끔찍한 비참함의 연속”이라고 밝혔다. 조울증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양극성 기분장애’로도 불리는 조울증은 기분 변화를 조절하는 뇌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뜨는 상태인 ‘조증’과 우울하고 슬픈 상태인 ‘울증’이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조울증을 앓은 유명인도 많다. 인도의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를 비롯해 미국의 언론 재벌 테드 터너, 할리우드 배우 비비언 리, 작곡가 슈만, 화가 반 고흐가 조울증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조울증은 방치하면 정상적인 대인관계가 어렵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우울증보다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조울증 환자가 크게 늘었다. 조울증 치료 환자는 2013년 7만1687명에서 2017년 8만6706명으로 4년 만에 21% 증가했다. 주목할 대목은 20대 청년층과 70대 노령층에서 환자 비율이 가장 높고 증가 속도도 가장 빨랐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조울증 환자는 70대 이상이 30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20대(209명)였다. 최근 4년간 증가율도 70대 이상(58.7%), 20대(37.5%)가 40대(7.7%)보다 각각 7배, 5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20대의 조울증 급증 원인으로 학업·취업 스트레스를 꼽는다. 한국의 20대는 무한경쟁의 삶을 살아간다. 스펙을 쌓아도 취업난을 겪으며 열심히 노력해도 행복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이 청년들의 우울을 키운다. 노년층의 조울증 급증은 빈곤, 건강 악화, 가족 사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조울증은 개인의 성격 결함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사회적 심리 질환인 셈이다. 조울증을 막기 위해서는 무한 경쟁, 취업 불안, 노년 빈곤 등 사회적 병인(病因)을 줄여야 한다. 조울증 예방책임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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