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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딜 압박에 北 '리셋' 위협…'제3의 길' 명분 쌓나 [뉴스분석]

입력 : 2019-03-15 18:51:55 수정 : 2019-03-15 20: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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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결렬후 첫 강경 메시지 / 美 연일 압박에 北 맞불놓기 대치 / 협상 지속 의지 있는지 확인 나서 / 전문가 “아직 공식입장 단정 곤란…金 성명 예고, ‘퇴로’ 남겨 놓은 것”

15일 공개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핵화 협상 중단’ 시사 발언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위축된 양국의 협상 노정에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 고위당국자가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지라고 사실상 주장하면서, 최근 ‘빅딜’을 유일한 협상 방침으로 시사했던 미국도 추가적인 반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선희 “美 탓 하노이회담 결렬”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묻고,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양=AP연합뉴스

이날 평양 주재 각국 외교관들과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내놓은 최 부상의 발언은 지난달 27∼28일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 비난으로는 강도가 가장 높았다. 미국의 요구에 타협할 생각이 없고, 미국의 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협상에 나설 의지나 계획이 없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결렬 직후인 지난 1일 새벽에 가진 최 부상과 리용호 외무상의 긴급 기자회견 당시 발언보다도 미국을 향한 날은 더 날카로웠다. 당시엔 최 부상이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하나” “(김정은 위원장이)북·미 협상에 의욕을 잃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직면한 난감한 상황을 사실상 설명한 것이다. 최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직면한 상황을 돌파하려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에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며 연일 터져 나오는 압박 메시지에 대한 대응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은 14일(현지시간)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재차 강조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을 포함한 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근 노력을 공유했다”며 워킹그룹 회의의 방점이 대북제재에 맞춰져 있음을 내비쳤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북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의 ‘일괄타결’, ‘빅딜’ 주장은 ‘패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신보는 이날 ‘조미(북미)가 생산적인 대화들을 이어나가기 위한 요건’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앞으로 조미가 ‘생산적인 대화들’을 이어나가자면 무엇보다 그 장애로 되는 미국의 낡은 악습인 패권적 발상이 극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미 양국이 협상과 대화보다는 상대를 향한 비판쪽으로 선회한 흐름을 당장 멈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조만한 행동지침을 담은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분간은 상대를 향한 ‘책임전가’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북한이 파국을 노리면서 강한 반발을 감행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보다는 북한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관계를 ‘리셋’(재설정)하겠다는 경고 내지 압박성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최 부상의 소규모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으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부원장은 “최 부상의 입장에서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협상 중단’과 같이 명확한 표현을 쓴 것이 아니라, ‘고려 중’이라는 표현을 써 여지를 남긴 점, 김 위원장의 성명을 예고한 것은 ‘퇴로’를 남겨놓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 이번 기자회견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2주가량 고심한 끝에 내놓은 입장이라는 점에서 인공위성 발사 등을 통한 ‘제3의 길’ 내지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명분 쌓기 차원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이 실천 행동을 한다면 비핵화는 빠른 속도로 전진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인내심을 오판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 부상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라고 하면 미국과의 협상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제안을 (미국이)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정선형·권이선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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