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온 국민이 가슴 졸였던 하루 … ‘수능 불안’은 끝났다

입력 : 2017-11-23 19:15:04 수정 : 2017-11-23 22:2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긴박했던 시험일 포항의 하루 / 11시35분 규모 1.7 지진동 감지 / “경미한 수치라 시험 중단은 안 해” / 조명 순간적으로 꺼졌다 켜지기도 / 지각·실신 등 전국서 소동 / 수험표 깜빡·시험장 착각 되풀이 / 거제선 급성 위염에 병원서 시험 / 현관문 고장 나 구조 요청하기도
“날아갈 듯 속이 후련합니다.”

23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80지구 제7 시험장인 포항이동고등학교. 시험을 치르고 고사장을 빠져나오던 이도희(18·동성고)양은 “지진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수능 일주일 연기로 마음은 졸였지만 무사히 시험을 치러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험이 끝났으니 푹 자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홀가분해 했다. 이양 어머니 정정희(44)씨도 “지진의 불안감 속에서도 아무런 일 없이 시험을 마친 우리 딸이 대견스럽다”며 “학교에서도 우리에게 긴급문자로 실시간 비상상황 매뉴얼을 전송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소방대원도 비상대기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아침 응급구조사와 소방대원들이 여진으로 인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험장인 포항이동고등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포항=남정탁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23일 아침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에서 지진에 대비해 응급구조사 포함 소방대원 4명이 안전시설 등을 확인하고 있다.
포항=남정탁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23일 아침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에서 지진에 대비해 응급구조사 포함 소방대원이 안전시설 등을 확인하고 있다.
포항=남정탁 기자

◆여진 우려로 긴박했던 포항의 하루

지난 15일 지진이 발생한 포항 지역은 수능이 진행되는 내내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23일 오전 10시57분 포항 이동중 시험장에서 조명이 순간적으로 꺼졌다가 켜지는 일이 발생했는가 하면, 그로부터 40분쯤 뒤인 11시35분에는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규모 1.7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포항교육지원청 안에 있는 경북 수능상황본부는 “(4차례의 여진 탓에) 2개 시험장에서 약간의 진동이 느껴졌으나 웬만한 수험생은 감지 못한 규모라 수능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동고에서 수능을 치른 유성여고 장지연(18)양은 “지진이 미세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전날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담임선생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장양뿐 아니라 이른 아침부터 시험장에 입실하는 수험생들 각오는 남달랐다. 중앙여고 이모(18)양은 “여진 두려움은 있지만 내가 이겨내야 할 몫이고 비상 매뉴얼은 충분히 숙지했다”면서 “웃으며 입장하는 것은 일종의 마인드컨트롤로 여진을 무시하고 실력 발휘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23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입구에서 한 수험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23일 아침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이동고등학교 운동장에 지진에 대비해 비상수송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포항=남정탁 기자

포항교육지원청 4층 복도 북쪽 끝에 30여㎡ 규모로 설치된 수능 상황실도 온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마치 “전쟁을 치른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용욱 경북도교육청 중등과장은 “포항에서 정상적인 수능이 실시될 수 있도록 대체·예비 시험장 지정과 지진계 설치, 이동 차량 등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오늘 수능이 주효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포항 상황실에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 교육 당국 책임자들이 총출동해 시시각각 보고되는 특이사항을 예의주시했다.

◆복통으로 병원서 수능 치러

전국 곳곳에서는 이날 일부 수험생이 복통으로 시험을 포기하고, 병원에서 수능을 치르는 등의 소동이 일어났다. 고사장을 잘못 찾거나 지각한 수험생들의 사연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여진에 대한 불안감으로 부산 주례여고 시험장에서는 1교시 시작 전 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실신하는 바람에 제시간에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경남 거제의 한 여학생은 오후 1시쯤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경남교육청은 후 4시쯤 한 학부모로부터 “급성 위장염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고 대체 시험실 마련에 나섰다. 병원에서는 장학사 1명과 감독교사 3명이 머물며 시험 업무를 진행했다. 경남 양산과 전남 나주에서도 최근 수술과 교통사고 등 온갖 사연의 수험생들이 나왔다. 집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도움을 청한 수험생도 있었다. 오전 6시50분쯤 경남 진주소방서에 “문이 안 열린다. 수험생이 안에 갇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아파트 현관 출입문이 고장 난 것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손잡이를 제거해 문을 열었고, 수험생을 8㎞가량 떨어진 고사장인 제일여고까지 데려다줬다.

오후 1시7분 전북 정읍 호남고에서 영어 듣기평가를 앞두고 시험 방송을 하던 도중 방송장비가 고장 나 먼저 필기시험을 보게 한 뒤 1시간여 뒤에 CD 플레이어를 이용해 듣기평가를 치르게 했다. 이 과정에서 20분간 시험이 지연돼 이 학교 수험장들은 전체적으로 20분 늦게 수능을 마쳤다.

부정행위자도 다수 적발됐다. 부산교육청에서는 한 수험생이 가방 안에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부정행위로 처리됐다. 다른 부산 수험생 8명은 전자기기 보관, 선택과목 응시 순서 위반 등의 이유로 수능 성적이 0점 처리됐다. 강원교육청은 속초·양양 시험지구에서 3명의 학생이 4교시 탐구영역 문제를 앞서 풀다가 시험실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도 부정행위자 2명이 적발됐다.

포항=장영태·남정훈 기자, 김건호 기자  3678jy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