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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패망의 씨앗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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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2 21:21:50 수정 : 2017-11-22 23: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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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은 왜 무너지는 걸까.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백성이 군주에게 적대적이거나, 군사적 결점이 있거나, 귀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지 못하거나.” 경제 파탄, 부패, 외적의 침입, 리더십 붕괴…. 모두가 권력의 붕괴를 낳는다. 그에 못지않은 원인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권력자의 의심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죽음을 부르고, 권력의 둑을 허문다.

고구려 900년 역사는 왜 허무하게 끝난 걸까. 의심 때문이다. 연개소문이 숨진 뒤 대막리지를 물려받은 장남 연남생. 아우 남건과 남산을 부추긴 자들이 있었다. 형제는 의심했다. 결과는? 남건은 형의 아들 헌충을 죽이고, 남생은 옛 도읍 국내성 군사를 이끌고 당으로 도망했다. 당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공격한 남생. 당에 맞서 힘을 모으기 힘들다. 의심은 패망의 씨앗이었다.

버림받은 신라 왕족 궁예. 세달사 스님 노릇을 했으니 마음공부도 꽤 했을 법하다. 하지만 공부 바탕이 아니었던 걸까, 그러지 못했다. 왕에 오른 뒤 의심만 많아졌다. 삼국사기의 기록, “부인 강씨는 왕이 많은 비법(非法)을 행하기에 안색을 바르게 해 간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네가 다른 사람과 간통을 하니 무슨 일이더냐.’ 강씨는 아니라고 했다. 소용없었다. 시뻘겋게 달군 무쇠방망이로 강씨를 죽이고 두 아들까지 살해했다.” 상대 마음을 읽는다는 궁예의 신통력. 그것은 의심의 산물이다. 죽음을 걱정한 신하들, 어찌했을까. 궁예를 몰아내고 왕건을 세웠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이면에는 의심이 자리한다.

북한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 황병서, 총정치국 1부국장 김원홍이 사라졌다. 숙청됐다고 한다. 장성택의 뒤를 이어 수많은 당·군 간부는 형장의 이슬로 변했다. 숙청은 왜 끊이지 않을까. 권력 강화? 아니다. 의심이 깊기 때문이다. 북한의 실력자들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할까. 고민이 깊을 게다. ‘내 목은 온전할까.’ 권력서열 2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은 또 무슨 궁리를 할까.

마키아벨리는 이런 말도 남겼다. “행동 방식이 시대 흐름에 맞는 군주는 일어서고, 그렇지 못한 군주는 쓰러진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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