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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박정희 지우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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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2 21:23:58 수정 : 2017-11-22 23: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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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로 공과 구분 없는
도 넘은 박정희 깎아내리기
국익과 국민통합에도 역행
DJ의 화합정신 돌아봐야
지난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크고 작은 추모 행사가 열렸다. 탄생일인 14일 구미시 상모동 생가 일원에서 열린 숭모제는 김관용 경북지사와 남유진 구미시장, 이철우·백승주 의원 등 경북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의 조촐한 행사로 끝났다. 정부 인사나 여야 지도자급 인사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생가 인근 박정희역사자료관 기공식에는 일부 시민단체가 행사를 방해해 어수선했다. 하루 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에 열린 동상 기증식에도 좌파 단체들이 “독재자의 동상은 안 된다”며 몰려가 고성과 욕설을 퍼붓는 바람에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박정희 동상은 설치하지 못한 채 기증식으로 대체됐다.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나 11명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1위’로 꼽히는 국가지도자의 탄생 100주년 행사는 국가 차원에서 기릴 만하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정권교체로 세상이 달라진 탓에 쓸쓸하고 초라하게 지나갔다. 염량세태 그대로다.

새마을운동 지우기도 그 연장선상이다. 새마을운동은 70여개 국에 수출된, 개발도상국이 배우고 싶어하는 경제발전 모델이다. 1973년 시작된 새마을운동 연수에는 5만여명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새마을운동 관련 기록물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새마을운동은 단순히 박정희 것이 아니라 국제적 위상을 반영하는 소중한 국가자산이다. 그런데도 코이카(KOICA)는 최근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26개 사업 중 16개 사업을 없앴다. 새마을운동도 ‘적폐’로 본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새마을운동 등 지난 정부가 추진한 것이라도 성과가 있다면 추진하라”고 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동남아 일부 정상들이 새마을운동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시한 데 따른 조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외국에 돌아다녀 보니 외국 지도자들이 온통 박정희 대통령 얘기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권을 떠나 해외의 긍정적인 평가를 부정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나 다름없다. 

박태해 논설위원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박정희기념도서관 건립을 지원한 일은 주목할 만하다. 김 전 대통령의 박정희에 대한 화해의 증표가 상암동 기념도서관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04년 9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박정희기념도서관) 건립은 최대 정적인 내가 적임자였기에 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며 건립 실무를 담당한 이가 남유진 구미시장인 점은 묘하다. 남 시장은 현 정부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우표를 취소하자 정부를 상대로 기념우표 발행결정 철회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낸 장본인이다. 남 시장은 “제가 모셨던 김대중 대통령은 기념관까지 만들었는데 현 정부는 다 결정된 기념우표 발행도 취소했다”며 “DJ가 살아 계셨다면 숭모제 행사가 이렇게 초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정희 생가 인근에 들어설 역사자료관에도 영호남 화합 의미가 담겨 있다. 2014년 영호남 국회의원 24명이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동서화합포럼’을 만들었다. 양 지역을 오가며 하의도에는 대교를 만들고 구미에는 역사자료관을 짓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민주당 의원이던 이낙연 총리도 포럼에 적극 참여했다. 그랬던 이 총리나 당시 인사들이 100주년 기념행사에 발을 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윌리엄 오버홀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이 얼마 전 ‘박정희 김대중 리더십 국제 학술토론회’에서 던진 고언은 귀 기울일 만하다. 오버홀트 연구원은 “보수 진영은 박정희 업적만큼 김대중 업적이 크다는 걸 인정하고, 진보 진영도 김대중의 민주화가 박정희의 성과 덕을 봤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화해를 통한 성장’을 주문했다. 며칠 전 통화한 남 구미시장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국익은 물론 국민화합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박정희 깎아내리기는 중단돼야 합니다. 7년 후에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돌아옵니다. 그때는 불행한 장면이 되풀이돼선 안 됩니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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