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합의 정신은 사드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이제는 봉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10·31합의 이후 베트남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도 “(정상회담에서는) 10월31일에 발표된 한·중 관계 개선 내용을 재확인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
그러나 중국 내에서도 상반된 평가가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왜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많은 것을 양보했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가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며 사드 시스템이 들어와 중국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고 계속해서 주장해 왔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허무하게 이를 양보했다는 인식을 가진 학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인들로 범위를 확대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2월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이후 중국 내 사드 반대 여론은 절정에 달했다. 한국제품 불매운동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태극기를 훼손하기도 했고, 폭력사태도 있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드 반대 교육을 하기도 했다. 사드에 대한 강경한 인식이 정부와 일반인 사이에 확고하게 각인이 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하루아침에 180도 태도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되풀이되는 사드 ‘끄집어내기’는 중국 내 여론 무마용인 측면이 있다. 사드에 강경한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으니 사드 반대와 철수를 계속 내세우면서 이를 서서히 조정해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한국 단체관광 금지, 금한령 등이 아직 풀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한국 흔들기’의 의도도 있다고 본다. 사드 갈등이 첨예할 때 한국 내 사드 반대 세력을 자극해 한국 내 여론 분열을 조장한 것처럼 지금은 한국의 보수 세력을 자극해 또다시 여론 분열을 시도하는 것이다.
10·31합의가 최선의 결과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외교안보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의 결과는 이끌어냈다고 본다. 일단 중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합의했고 사드 문제를 봉합하자는 것을 공식화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중국의 장단에 같이 춤을 출 필요가 없다. 중국에서 사드 문제를 또다시 꺼내더라도 우리가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드합의를 명분으로 그동안 중국 정부가 제한을 가했던 여러 가지 사안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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