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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여러 나라 언어의 학과가 있다. 교무실에는 학생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러시아인, 독일인, 스페인인, 일본인 등 각 나라 원어민교사가 있다. 이들은 자기 나라 언어를 회화 중심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전에는 옆의 과에서 “이렇게 하니까 효과가 좋더라” “우리도 따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식으로 비교 평가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언어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를 가르치는 방법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스트레스는 여전했다. 그래서 지금은 남에게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보다 이제까지 해왔던 최선의 방법으로 잘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원어민교사들이 각자의 업무에 대해 느낀 고민이나 힘든 일은 비슷하다. 업무뿐만 아니라 낯선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여러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하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그런데 원어민교사들은 서로 이야기할 때 영어로만 말하니까 유감스럽게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는 자유롭게 대화할 수가 없다. 원어민교사들과 학교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은 뒤 산책을 하면서 농담도 하고 모두 웃고 그러는데 나는 말도 통하지 않고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함께 웃지도 못했다. 그럴 때면 같이 있으면서도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같이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렇게 마음을 닫아버리면 소통이 전혀 안 돼 마음이 평화롭지 않다는 것도 여러 번 느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장애가 분명하다. 그러나 마음을 닫지 않아도 행동으로, 눈빛으로, 웃는 얼굴로 사람은 소통할 수 있고 그것이 마음의 평화라는 것은 여러 번 경험한 일이다. 지금은 영어회화를 조금씩 공부하며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었다. 소통이 전혀 안 돼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피한 적도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일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때 나에게는 일어를 가르치는 일이 한국 사람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일어를 가르치면서 한국 사람의 깊은 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도움을 받았다. 그런 사람들과는 10년 넘게 지금까지도 만나기도 한다. 우리 집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보고 터득한 것도 있다. 화분이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는 빨리 시들어 버린다. 그런데 옆에 같은 식물을 놓아두면 신기하게도 시드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도 사람과의 관계성을 맺지 않고 혼자서는 살 수가 없고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같을 것이다.

지금은 모두 평화를 원하고 있으면서도 그 평화를 지키는 일이 너무나 힘든 시대인 것 같다. 그럴 때 마음을 닫고 나만의 세계로 있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내 마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이 평화롭지 않은데 더 넓은 세계에서 평화를 얻기란 힘든 일이다. 마음의 문을 열어 내가 접하는 작은 세계부터 평화의 세계를 만들어 가듯이 점점 확장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것이 각자 할 수 있는 평화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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