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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해교육은 평생학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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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30 23:50:35 수정 : 2017-10-30 23: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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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에 한글을 배운 성인 학습자가 자신이 살아 온 삶을 글로 쓴 자서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눈으로 본 세상도 아름답고 놀라웠지만, 글로써 본 세상은 매일매일 황홀하기까지 했다. (중략) 참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도 아름다웠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글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아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글을 알기 전에 알기 어려웠던 책 속의 세상을 접할 수 있으며 손주랑 정답게 카카오톡을 나누면서 안부를 물을 수 있다. 또한 은행에 가서는 자유롭게 돈을 찾을 수 있으며 선거철에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다. 이처럼 문해교육을 통해 개인은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온전히 권리를 누리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문해교육는 단순히 개인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의미를 넘어 사회운동과 결합해 이뤄졌다. 1876년 신문명을 받아들이는 문호 개방의 시기에는 국민계몽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일제 치하에서는 독립정신을 고취시키는 해방계몽으로, 해방 후에는 민주주의 소양을 배양시키기 위해, 1970~80년대에는 도시 빈민들의 인권신장과 민주화의 고양 의식으로 시대별로 그 의미가 변해 왔다.

박영도 전국야학협의회장·수원제일평생학교장
그렇다면 2017년 현재 문해교육은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문해는 승수적(乘數的) 특징을 가진다. 첫째로 문해력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승수적 능력(multiplier ability)이다. 문해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학습이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아실현이 이루어질 수 있다. 두 번째, 개인차원을 넘어서 비문해자가 문해자가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되찾고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민주 시민으로서 사회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문해는 한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완성되게 하는 가장 현명한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동안 문해교육은 교육의 변방에 놓여져 있었다. 필자는 1970년대 후반 우연히 선배를 통해 야학을 접하게 됐다. 사회적 인식이 미비하여 민간에 의해 알음알음 야학 형태로 운영되던 그때나 평생학습시대를 주창하고 있는 지금이나 비문해자의 규모에 비해 그에 대한 교육 지원은 현장에 있는 활동가로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6·25전쟁 난리통에,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여자라서…. 이 나라에 태어나 비문해자로서 일생을 한을 품고 살아온 이분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겨우 20여년뿐이다. 우리가 마음을 조급하게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히 문해교육은 2006년 정부가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을 마련하면서 국가 지원이 본격 시작됐다. 2007년에는 ‘평생교육법’ 개정을 통해 문해교육으로 학력이 인정되는 획기적인 제도가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정부도 100대 국정과제 중 52번에 문해교육에 대한 확대를 포함시켰다. 문해교육 현장 활동가로서 일련의 흐름이 반갑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정부가 문해교육 지원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문해교육 지원을 했으면 한다. 문해교육이야말로 국가가 그동안 미처 챙기지 못한 교육 소외계층을 평생학습으로 나아가게 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박영도 전국야학협의회장·수원제일평생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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