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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로 한국 떠나는 사람들
70여년 시달린 북한 스트레스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때
통합의 리더십 발휘해야
여자프로배구에서 뛰고 있는 미국 출신 선수가 북핵으로 위기를 맞은 한반도 정세에 불안을 느껴 휴가차 미국으로 떠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머리 위에서 북한 미사일이 연일 불을 뿜고, 초강대국 미국과 깡패국가 북한이 상대의 영토 이름을 콕콕 찍어가며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세계 유일 분단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공포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외국인이 견뎌내기 쉬운 것이 아니다. 끔찍한 전쟁의 참화를 겪은 뒤에도 정전상태에서 60년 넘게 총부리를 겨누는 북한과의 대치상태를 숙명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우리와 같을 수는 없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면 한국의 안전을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걱정하는 것처럼 비치곤 한다. 많은 외국인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는 투의 외신보도가 그렇다. 이번에도 외신들은 “한국인들이 심각한 안보위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하다.(blase)”고 지적했다. 이런 보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 “한국인들은 동요하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북핵 위협을 강 건너 불로 여기는 안보불감증에 걸려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6·25 이후 김씨 왕조의 전쟁 위협을 수도 없이 겪었고 연평해전, 천안함폭침, 연평도포격 도발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파국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인지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수소폭탄 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믿는 것이 아니라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당연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해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거나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막상 전쟁이 터지면 전쟁에 관한 막연한 믿음이나 희망 따위의 관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의 하나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탈출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현실은 절망적이다. 국토 전체가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영화 ‘덩케르크’에서처럼 하늘에서 포탄이 퍼붓는 가운데 민간 어선까지 출동하는 구조의 손길이 이어지고 필사의 탈출작전에 성공하는 등의 기적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탈출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도망치는 것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인 배구선수처럼 한국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있다. 지인의 아들인 미국 유학생 A는 최근 현지 동포 여성과 결혼해 미국시민으로 살겠다는 뜻을 부모에게 알려왔다. 이중국적자인 미국 유학생 B도 “군대를 가지 않겠다”며 ‘한국 국적 이탈’ 의사를 밝혔다. 전문직 종사자인 그들의 부모는 아들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작년 9월 현재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적 포기자가 21만명이 넘고,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20세 전에 국적을 버린 국적 이탈자는 7000명가량 된다. 한국에 실망하고 한국이 불안해서 조국을 떠나는 현상이 걱정스럽기는 하다.

생리학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싸우거나 도망치거나(fight or flight)’ 둘 중 하나로 반응한다. 70년 넘게 시달려 온 북한 스트레스에 맞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지금은 싸워서 이기는 것을 선택할 때다. 국민 대다수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 국민 불안을 덜어주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리더십은 금상첨화다. 덩케르크 작전이 끝나고 윈스턴 처질이 연설한다. “우린 끝까지 싸울 겁니다. 우린 바다와 대양에서 우리나라를 지켜낼 것입니다. 들판과 거리 언덕에서도 우린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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