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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집요하고 치졸했던 보복… '갑질 끝판왕'의 구속기소

입력 : 2017-07-25 19:42:16 수정 : 2017-07-27 14: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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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가맹점주 망하게 해야”… 블랙리스트 올려 감시·보복 / 156억 횡령·배임·업무방해 등 혐의 / 전직 가맹점주 日 매출액까지 보고 / 업체에 압력 가해 재료 공급 끊기도 / 딸 가사도우미 회삿돈으로 월급 주고, 아들 장모까지 계열사 임원 등재시켜 / 檢, 동생·MP그룹 대표 등 3명도 기소
“본사에 항의하고 탈퇴한 가맹점주는 반드시 망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7월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의 이 같은 지시가 떨어지자 핵심 임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한 임원은 “초전박살을 내겠다”, 다른 임원은 “조속히 추진해 평정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시작된 보복은 집요하고 치졸했다.

새 매장 오픈을 준비하던 전직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려 지속적으로 감시했다. 새 매장의 손님 수와 일일 매출액까지 실시간으로 정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

새로 문을 연 두 매장 중 한 곳은 직선거리로 60, 다른 곳은 150 떨어진 지점에 각각 미스터피자 직영점이 생겼다. 피자를 전국 최저가로 판매하고 1만6000원 하던 치킨은 5000원에 팔았다. 미스터피자는 치즈와 소스 납품업체에 압력을 가해 두 매장에 대한 공급을 아예 끊어버렸다.

기존 가맹점주들은 미스터피자에 ‘치즈 통행세’(그래픽 참조)를 내야 했다. 치즈를 훨씬 싸게 살 수 있는데도 미스터피자가 지정한 두 업체에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한 업체는 정 전 회장 동생 정모(64)씨가 직접 운영했고 다른 업체는 정씨가 차명으로 소유했다. 이런 끼워넣기 수법으로 정 전 회장 측이 챙긴 부당이득만 57억원에 달했다.

가맹점주들을 이렇게 쥐어짜면서 정 전 회장과 그 가족은 정작 회삿돈으로 제왕 같은 생활을 누렸다. 정 전 회장은 회사 법인카드로 고급 골프장과 호텔에 드나들며 수억원을 썼다. 그는 ‘그룹 홍보’란 명분 아래 회삿돈 9000만원을 들여 자신의 초상화 2점을 그린 뒤 회장실 등에 걸어놓기도 했다.

정 전 회장 딸은 본인을 MP그룹 계열사 임원으로 등재해 수년간 수억원의 급여와 법인카드, 외제차를 제공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가사도우미까지 회사 직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매월 210만원의 가사도우미 급여는 MP그룹 회삿돈에서 지급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 딸이 해외여행을 갈 때 가사도우미를 동반하면서 그 항공료와 숙박료조차 MP그룹에 부담시켰다”고 전했다.

정 전 회장 아들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만 2억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회사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매월 2100만원의 급여를 받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90억원대 빚을 진 아들이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자 월급을 9100만원으로 4배 이상 올려 그 돈으로 이자를 내게 해줬다.

심지어 아들의 장모조차 MP그룹 계열사 임원으로 등재해 수억원의 급여와 차량을 제공했다. 수사팀 한 검사는 “회삿돈을 이용해 오너의 만족만 추구하는 ‘제왕적 기업문화’를 확인했다”며 씁쓸해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25일 정 전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업무방해 4가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밝혀낸 횡령과 배임 액수는 총 156억원에 이른다. 동생 정씨와 최병민(51) MP그룹 대표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의 공정거래법 위반사건과 달리 검찰이 선제적으로 수사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와 협력해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갑질, 횡포 등 불공정 행위를 적극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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