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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국악과 와인 과연 어울릴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6-26 06:00:00 수정 : 2017-06-25 23: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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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단순한 술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답니다. 포도나무가 자라는 지역의 토양, 기후, 바람 등을 뜻하는 떼루아,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의 정성, 그리고 최고의 와인을 빚기 위한 와인메이커의 섬세한 손길, 오크통에서의 오랜 숙성과 기다림. 이 모든 것들이 모여 한 잔의 와인으로 빚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와인은 마치 종합예술과도 같다고 말하지요.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미켈란젤로와 후손들이 이탈리아 투스카나의 유명 와인 산지 끼안띠 클라시코의 와이너리 니따르디(Nittardi)를 250년동안 소유했던 것은 와인과 예술의 친밀도를 말해줍니다.

특히 와인은 음악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답니다. 와인을 묘사하는 표현으로 음악이 많이 동원되기 때문이지요. 실제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1권에는 주인공이 샤토 몽페라(Chateau Mont Perat)를 마신 뒤 그룹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가 들린다고 그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와인과 국악은 어떨까요. 언뜻 전혀 매칭될 것 같지 않지만 국악은 많은 와인을 표현할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답니다.

먼저 거의 모든 악기가 오케스트라처럼 합주하며 정갈한 맛을 내는 정악은 프랑스 와인산지 북부론의 에르미따쥐 (Hermitage) 와인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정악처럼 느리면서 중후하며 풍부한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1235년 십자군 전쟁에서 부상당한 기사 가스파르 드 스테랑베르(Gaspard de Sterimberg)는 프랑스 남부의 한 마을로 숨어듭니다. 그는 이 곳에 정착해 언덕위에 작은 교회(Chapelle)를 짓고 포도밭을 일굽니다. 교회가 세워진 언덕은 ‘은둔자(에르미타주)의 언덕’으로 불렸고 그가 경작한 이 지역 포도밭이 바로 오늘날 프랑스 최고급 포도밭인 에르미타주가 됐답니다. 폴 자불레 애네는 1919년 이 교회가 포함된 포도밭을 사들여 교회를 폴 자불레 가문의 심볼로 만들고 교회 이름을 따 에르미타주 라 샤펠(Paul Jaboulet Aine, Hermitage La Chapelle)을 생산합니다. 시라 품종 100%로 빚은 라 샤펠은 40년∼60년 수령 포도나무의 포도로 연간 9만병만 생산합니다. 시라 품종이 연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춘 중후 장대한 명작으로 평가받는 답니다.

연희는 두말 할 필요없이 샴페인을 떠오르게 됩니다. 기분을 업 시키는 풍성한 버블과 잘 익은 사과향은 화려한 연희에 안성마춤이기때문입니다. 점점 더워지는 요즘같은 날씨에는 기포가 입술을 간지럽히며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는 샴페인이 제격입니다. 한국의 샴페인 성장률이 지난해 전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에서 요즘 샴페인이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샴페인 베스라 드 벨르퐁(Besserat de Bellefon)은 음식과 함께할때 가장 이상적인 기압을 지닌 샴페인이랍니다. 보통 샴페인은 6기압인데 기압을 4.5로 낮춰 30%가량 더 섬세한 기포를 지닌 샴페인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이 때문은 모든 음식과 잘 어울려 전세계 유명 가스트로노미 레스토랑 셰프들이 베스라 드 벨르퐁을 선택하고 있지요.

판소리는 피를 토하는 듯 거친 목소리로 노래하지만 자세히 들으면 희노애락의 표현이 매우 섬세합니다. 이 때문에 판소리는 이탈리아 고급 와인 바롤로(Barolo)를 떠올리게 만드는 군요. 이 와인은 거친 듯하면서도 섬세하고 농밀한 향을 지녔기 때문이랍니다. 바롤로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급 레드와인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유명산지 피에몬테에서 생산됩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 명가들의 모임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hi)’ 일원인 미켈레 끼아를로 (Michele Chiarlo)는 포도나무 한그루에서 단 한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바롤로의 거장입니다. 미켈레 끼아를로의 아이콘 와인 바롤로 체레퀴오(Barolo Cerequio)는 이탈리아 와인을 평가하는 유명 매체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가 선정한 25대 바롤로에 올랐습니다. 네비올로 품종 100%인 체레퀴오는 견고한 탄닌과 긴 여운이 돋보이는 웅장한 바롤로 와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답니다.

국악의 진미를 전하는 산조공연은 모든 와인의 ‘왕좌’라 할 수 있는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연상케 합니다. 1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Domaine de la Romanee Conti)가 바로 부르고뉴의 마을단위 특등급 포도밭에서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마치 백만송이 꽃이 핀 꽃밭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을 주는 와인의 진미라 할수있죠. 부르고뉴 마을단위 생산지중 모레 생 드니의 가장 유명한 생산자가 도멘 듀작(Domaine Dujac)입니다. 대표와인이 끌로 드 라 로쉬 그랑 크뤼(Clos de la Roche Grand Cru) 입니다. 머스크향 감초향과 함께 딸기, 라즈베리, 농익은 체리와 블루베리 등 과일 아로마와 우아한 꽃향이 입안에 폭발하는매력적인 피노누아 와인입니다. 또 잘짜여진 구조감과 인상적인 피니쉬가 잊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듭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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