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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트럼프와 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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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3 23:44:18 수정 : 2017-06-23 23: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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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공’ 트럼프 솔직한 것 좋아해 / 한국이 미국에 도움 된다는 사실 / 文 대통령, 진실하게 이야기 하고 트럼프 말 경청하는 자세 보여야 2015년 6월 16일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의 황금빛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핑크빛 푸드코트에 들어섰다. 트럼프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지지자들 사이를 지나갔다. 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는 “멕시코가 강간범을 보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도 했다.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그의 ‘막말’에 기자들은 경악했다.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가 정치면에 그의 뉴스를 다루지 않기로 선언하는 등 많은 이들이 거침없는 아웃사이더의 등장에 불편해했다. 경선의 불쏘시개 내지 ‘페이스 메이커’ 정도로만 보였던 그가 백악관에 입성한 뒤 세계를 상대로 정치를 하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트럼프가 자초한 면이 강하다. 얼마 전 워싱턴에서 만난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는 “트럼프가 어떤 지도자인지, 아니 어떤 성향과 인격을 지녔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했다. 전략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가도, 상황에 맞게 발언을 뒤집는 사람으로도 보인다고 개탄했다. 그런 트럼프가 부여잡고 있는 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이다. 트럼프 스스로 지지자들을 비롯해 미국인에게 그리 인식되길 원하고 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트럼프는 일련의 정상회담이나 외국 순방에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도 시간이 흐를수록 트럼프와 간격을 벌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서방 세계 지도자마저 그와 노골적인 갈등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와의 갈등이 오히려 자신들의 국내 지지도를 높이는 현실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노골화하는 그의 행보에 동조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강대국 지도자로서 자존심을 지킨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트럼프가 그나마 환대한 외국 정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지난 2월 기대에 부응하는 선물을 갖고 미국을 방문한 아베를 향해 트럼프는 연신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베는 트럼프와 정상회담에서 70억달러(약 8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로서는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국민에게 공언한 마당에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돕겠다는 아베의 발언이 한없이 달가웠을 것이다. 실익을 위해서는 애써 자존심을 숙이는 일본의 외교관들은 4월 초엔 이방카와 그녀의 가족을 자국 축제 현장에 불러들여 환심을 사기도 했다. 맏딸 이방카 등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트럼프의 속내를 고려한 행보였을 수 있다.

며칠 뒤면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찾는다. 문 대통령이 취임 2개월도 안 돼 조급하게 워싱턴을 찾을 정도로 양국 사이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대북정책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 등 굵직한 안보와 경제 문제가 모두 의제에 포함될 개연성이 있다. 양국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방문을 단신으로 취급하다시피 했던 미 언론이 연일 문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낼 정도이다.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접근법은 어때야 할까. 최근 기자와 만난 신현웅 미국 공화당 아·태 한국위원회 전국의장은 “트럼프에게 정치는 게임이 아니고 협상”이라며 “그래도 그는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새겨들을 메시지다. 한국의 존재가 미국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진실하게 이야기하면서 트럼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를 보여 주자는 제안이다. 아베의 방법도 아니고, 마크롱이나 메르켈의 접근법도 아닌 제3의 방식을 찾자는 이야기다. 어쩌면 높은 국민적 지지 속에 국가적 과제인 안보와 경제 문제를 다루는 문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로 지금 당장의 현실을 고민해야 하는 트럼프보다 한결 여유롭게 대화에 임할 수도 있다. 출마 선언 이후 2년 동안 아메리카 퍼스트를 부여잡고 있는 트럼프가 약간의 자존심을 챙기고 문 대통령의 발언에 수긍한다면 우리로서는 금상첨화이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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