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결국 상속을 받아들였고 선택은 대박이었다. 빚은커녕 생전에 보석상을 했던 남자의 재산은 엄청났다. 놀란 자식들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자식들도 그 남자가 엄마의 숨겨둔 애인이었을 거라고 확신에 찬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주느비에브는 하릴없이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맞다고, 그 남자는 자신의 ‘잃어버린 사랑’이었다고.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단편소설 ‘브뤼셀의 두 남자’에 대해 말하는 중이다.
이 소동 뒤에는 장과 로랑이라는 두 남자의 사연이 있다. 두 남자는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세상에 떳떳하게 밝힐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55년 전 주느비에브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조각상 뒤에 숨어서 둘만의 의식을 치렀다. 사제가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신랑 신부에게 질문을 하면 두 남자도 자신들이 받은 질문처럼 대답을 하는 식으로. 이들은 주느비에브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남편 에디가 바람을 피울 때도, 그가 뇌출혈로 장애인이 될 때도, 그녀가 스페인 남자의 사생아 다비드를 낳을 때도 모두 지켜보았다.
두 남자는 여전히 서로 사랑했지만 아이가 없는 사실에 대해 절망한다. 이들은 총명하고 아름다운 다비드를 자신들의 자식으로 여기기로 하고, 숨어서 갖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두 남자는 아이의 성장을 뿌듯하게 지켜보며 행복했는데, 다비드가 18살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고 만다. 로랑이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죽자 장도 뒤를 이으면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재산을 선물하고 간 것이다. 이승에서 유령 부부였던 두 남자가 죽으면서 세속에 사랑의 알리바이를 만들어놓고 간 셈이다. 로랑이 장에게 목청을 높였던 대사, 이른바 ‘성다수자’들이 곱씹어볼 만하다. “당신은 사랑 없이도 아랫도리 한 번 놀려서 번식하는 이성애자들을 질투하고 있잖아요!”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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