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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기획위가 통신료 내리는 반시장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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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3 00:54:59 수정 : 2017-06-23 00: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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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자문 성격의 위원회가
가격 인하까지 멋대로 결정
졸속 정책으로 후유증 불가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어제 통신료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선택요금 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이고 ‘보편 요금제’를 도입해 LTE를 기준으로 월 1만원 정도 깎아주기로 했다. 버스와 학교에 공공 와이파이 20만대를 설치해 데이터요금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요금절감 효과는 연간 약 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무거운 통신비를 부담하고 있다. 무선통신비가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에 가깝다. 역대 정부에서 통신료 인하를 추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 유익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지는 곰곰 따져볼 일이다.

국정기획위는 말 그대로 자문기구다. 임기 5년 동안 추진할 정책과제를 100일 동안 선정하고 다듬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런 기구가 통신정책을 결정하고 발표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번 결정에서 통신정책 전문가들이 모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뒷전으로 밀려나다시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통신료 기본요금 폐지가 현실성이 없다고 한 미래부는 국정기획위에 5차례나 재보고를 해야 했다. 얼마나 현실성 없는 요구가 이루어졌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새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미래부는 선장 없는 배와 같다. 무엇이 급해 정책 결과를 책임지지 않을 자문기구가 정책을 밀어붙이는가. 이런 졸속 정책도 없다.

이번 요금 인하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반시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벌써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이동통신사들은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동통신 3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40%를 웃돌고 있는 만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ISD(투자자국가소송제) 조항 위반으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도 한다. 그런 만큼 이번 발표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아무리 대선공약이라도 충분한 검토 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시장적인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신시장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과 새 서비스가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면 요금 인하는 조삼모사로 변하기 십상이다. 포퓰리즘적 요금 인하에만 매달리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정부의 역할은 담합·불공정거래와 같은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을 뿌리뽑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일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정부가 이런 책무를 망각한 채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요금을 통제한 결과 지금의 암호 같은 통신요금 구조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근본 문제는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사탕발림 대책만 내놓는다면 후유증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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