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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문재인·이낙연 점심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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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2 21:41:07 수정 : 2017-06-22 21: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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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식사를 같이하며 모든 얘기를 다 했다.” 미국의 대통령과 부통령의 정례회동에 대해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저서 ‘마이 라이프’에 그렇게 기록해 놓았다. 클린턴은 부통령 앨 고어와 매주 월요일 점심 때 만났다. 회동은 먼저 기도로 시작해 가족들의 일상사, 응원하는 스포츠팀의 승패, 취미와 유머로 이어지는 유쾌한 식사시간이었다고 한다.

해리 트루먼은 부통령직에 대해 뼈 있는 농담을 남겼다. “부통령의 일은 예식장과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라고. 부통령의 주요한 임무는 대통령 유고 시 대행하는 거다. 현직 대통령이 잘하면 설 자리가 없다. 앨 고어는 달랐다. 환경분야 업무를 맡아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클린턴·고어의 백악관 점심자리가 그 원천이다.

클린턴·고어 모델이 우리나라에도 가능할까. 김대중정부 때 김종필 국무총리는 장관 몇 명의 임명권을 행사하는 실세 총리였지만 대통령을 만날 때는 ‘주례보고’라는 형식을 유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주례보고라는 이름으로 화요일 국무회의 직후 총리를 잠시 만났다. 노무현·이해찬 모델이 가장 현대적이다. 이 전 총리는 정례회동 외 수시로 새벽 1∼2시에도 노 전 대통령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이 만나면 맞담배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천하의 이해찬도 ‘BH 보고’라는 표현을 쓰며 몸을 낮췄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매주 월요일 오찬회동을 갖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현안과 관련한 실질적 대화를 총리와 나누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식사 자리엔 청와대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무조정실장이 배석한다. 이래서야 이전 정부처럼 보고받고 지시하는 ‘주례보고’ 자리가 되기 쉽다.

점심 메뉴를 선진화하면 어떨까. 현안과 함께 두 사람의 일상사나 잡담을 같이 올리는 거다. 형식도 두 사람만의 허심탄회한 점심자리로 만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국무총리가 더 많은 역할을 찾고, 그래서 문재인·이낙연 팀플레이가 통합적이고 생산적인 정부 운영의 토대가 된다면 나라에 참 좋을 텐데.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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