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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칼럼] 그런 동맹 누가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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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2 21:45:13 수정 : 2017-06-22 21: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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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의 장진호 사투 덕분에
문 대통령 가족 흥남 탈출 가능
사드 문제 제대로 못 풀면
미군 철수 등 ‘안보 뇌관’ 터질 것
생명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한 인간이 탄생하기까지 무수한 인연이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그런 인연이 있었다. 그의 생명은 6·25전쟁의 포연 속에 피어난 기적의 선물이었다.

1950년 이 나라는 동족상잔의 피로 물들었다. 그해 겨울 북한군을 쫓던 미 해병대는 개마고원 장진호 부근에서 중공군에게 포위당했다. 적의 총탄과 영하 30도의 혹한으로 젊은이들이 쓰러졌다. 산 자는 폭탄을 던져 흙구덩이를 만들어 죽은 자를 묻었다. 해병은 후퇴하면서도 12만명의 중공군과 용감하게 싸웠다. 7000여명의 젊은이들이 죽거나 동상으로 손발을 잘랐다. 해병들이 목숨으로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역사적 흥남 탈출이 가능할 수 있었다.


배연국 논설실장
당시 흥남항에서 화물선 메러디스빅토리아호를 타고 거제도에 도착한 북한 주민들은 1만4000여명에 이른다.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한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사흘 뒤 성탄절에 자유의 땅을 밟자 피란민들은 ‘크리마스선물’을 전해준 빅토리호를 향해 절을 올렸다. 그 배에는 문 대통령의 부모와 누나도 타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이 남하한 지 2년쯤 지나 1953년 1월 거제 명진리에서 태어났다. 미군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통령 문재인도 없었을 것이다.

이틀 후면 빅토리아호의 기적이 일어난 지 67돌이 되는 날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혈맹의 한·미관계에 요즘 파열음이 요란하다. 며칠 전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게서 “그런 동맹을 어떻게 믿느냐”는 발언까지 나왔다. 그는 미국을 향해 “사드가 깨지면 동맹이 깨진다고 하는데, 무기체계 중 하나에 불과한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이게 동맹인가”라고 소리쳤다. 위험천만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동맹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간의 신뢰다. 새 정부는 전임 정부가 확정한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벌이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사드 보복의 종주먹을 휘두르는 중국에게는 입도 뻥끗 못한 채 저자세로 일관한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에선 주민과 시위대가 아예 좌판을 깔았다. 이들이 기지로 들어가는 도로를 막고 차량을 검문하는 무법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평택으로 이전되는 미 2사단 송별 공연은 진보단체들의 협박과 훼방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미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양의 추모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보라. 교통사고로 죽은 두 영혼은 기리면서 이 땅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잃은 수만 미군들의 영혼을 기억하지 않는 나라! 우리가 미국이라면 그런 동맹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 미국 조야에선 “한국이 중국의 동맹국처럼 행세한다”는 비판까지 흘러나온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은혜를 모른다”고 말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사드 논의는 잘못 비화하면 한·미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진보 인사들은 사드를 미군 보호용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사드는 북한 도발을 사전탐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무기체계다. 동맹국의 군대를 보호할 의무도 있다. 그런 마당에 우리 돈으로 방어무기를 들여오기는커녕 되레 그것을 막고 나선다면 “누굴 위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나”라는 불만이 미국 쪽에서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 갈등이 미군 철수론으로 번질 위험이 있는 것은 이런 연유다.

장진호의 그날을 다시 상기해 보라. 꽁꽁 언 통조림을 칼로 찍고 있는 해병의 모습이 종군기자의 눈에 띄었다. 손가락은 얼었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기자가 “내가 전능하신 신이라면 당신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묻자 해병은 “제게 내일을 주시오”라고 대답했다.

장진호의 해병이 자신의 소원을 이루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대통령과 5000만 국민은 지금 ‘자유의 내일’을 누리고 있다. 처칠 영국 수상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내일을 부여받은 그 역사까지 망각한 민족에게 과연 내일이 있을까.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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