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내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거나 갑자기 꺼지거나 한다. 마침 우리 집 고장 난 TV처럼 증상이 비슷하다. 지난번 TV를 고치러 온 기사님이 TV와 휴대전화는 비슷한 구조라는 말이 돌연 생각났다. 남편이 “TV도, 휴대전화도 멈출 때까지 끝까지 쓰자”라는 말에 동의해 지금까지 좀 불편하지만 계속 쓰고 있다.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생활화된 물건들이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일까 생각해 봤다. TV는 있으면 시끄럽고 없으면 심심하다. TV는 컴퓨터로도 볼 수 있고 휴대전화는 없어도 집전화나 직장에 있는 전화로 대신할 수 있다. 차를 운전할 때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평소 운동부족도 해소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더욱 그렇다. 없어도 집이나 직장에 있는 컴퓨터를 쓰면 문자도 인터넷도 볼 수 있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주위 사람이 더욱 답답하다고들 한다. 폰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지, 주위 사람을 위해 갖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많은 정보를 그때 그 자리에서 바로 얻기 위해 검색을 한다. 정보화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인 남편의 의견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많은 정보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유익한 정보보다 비참하고 부정적인 정보가 많은 현대사회다. 전에 내가 금식할 때 하루가 너무 길다고 느꼈던 적이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만약 휴대전화가 없으면 더 복잡해질까. 아니면 휴대전화를 만지는 시간 대신에 여유로움이 많아질까. 휴대전화를 바꾸기 전 “정말 나에게는 필요한 물건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휴대전화 없는 생활을 즐겨볼까 생각 중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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