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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방황하는 ‘취춘기’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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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0 21:31:16 수정 : 2017-06-20 2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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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감금된 시간 보내는 취준생
주변사람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 필요
취업이 안 돼 취업준비를 하는 취준생의 증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한다. 취업이 어려운 만큼 이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이나 고통도 비례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 고통을 보여주는 기사가 연이어 올라온다.

취업준비 기간의 4년여간 쓴 자기소개서(자소서)만 200여개였던 청년도 있다. 자소서를 쓰고, 필기·면접을 준비하고, 탈락을 확인하고, 다른 공고를 찾아보는 과정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우울증과 불면증 증세가 심해졌다. 밤을 거의 새우고 새벽 5∼6시쯤 눈을 붙이지만 고작 2∼3시간 지나면 눈이 떠지고 심리적 압박에 쉽게 잠들 수 없었다. 결국 수면제 처방을 받고 약에 의존하지 않으면 잘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청년의 경우 이러한 자소서를 계속 쓰다 보니 거짓말을 지어내며 환상에 사로잡히게 돼 그 고통이 크다고 한다. ‘리플리 증후군’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결국 정신과를 찾는 취준생도 있다. 극단적인 사례로 얼마 전 유명 사립대 출신 30대 취준생이 자취방에서 숨진 뒤 발견됐다. 부모에 의하면 아들이 노력해도 번번이 실패하자 굉장한 심적 부담을 느꼈으며, 혹 아들이 일상적인 안부도 부담스럽게 느낄까 걱정돼 최근에는 아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나 친구와의 연락조차 끊고 자신의 세계 안에서 정신적으로 감금된 시간을 보내는 취준생이 많다. 그러다보니 취준생을 둔 부모는 자연스레 자녀의 눈치를 보며 가능한 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취준생들은 작은 것에도 민감해서 소리치고, 짜증부리고, 때로는 지나치게 소심해지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바로 취춘기(취업사춘기)의 방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발달과정을 사계절에 비유한다. 봄은 아동과 청소년기, 여름은 성인초기, 가을은 성인중기인 중년기, 겨울은 성인후기인 노년기이다. 그런데 이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 계절이 바뀔 때 적응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계절에서 다음 계절로 넘어갈 때 우리는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도 걸리면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환절기라고 한다. 그런데 인간의 발달과정에도 마찬가지이다. 환절기에 해당하는 전환기가 있다. 그다음 발달 단계로 넘어갈 때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새로운 단계에 잘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갈 때의 사춘기, 그리고 중년기로 접어들면서 사추기에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청년기에서 진정한 의미의 ‘성인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방황이 길어지고 있다. 바로 취업 때문이다. 특히 취업이라는 관문을 넘기가 너무 어려워지면서 과거엔 없던 심리적 방황기를 겪게 되는 때가 ‘취춘기’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듯이 이 또한 지나가게 돼 있다. 좀 더 이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도록 부모와 주변사람의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의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게 집중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취춘기에 대한 대책은 뒷전이고, 정쟁만 격해지는 것은 아닌가 불안하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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