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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의인문상식] 주관적 편견과 객관적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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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8 21:15:23 수정 : 2017-06-18 21: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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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서 이견의 가능성은 상존
토론서 주관적 편견과 객관적 사실 구분
오늘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주장하면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귀를 기울이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천체 망원경이 발견되기 이전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주장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느냐고 항의를 받는다. 나아가 신성한 우주 질서를 부정한 죄로 고발될 일이다.

왜 이렇게 될까. 시대마다 객관적 사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제 천문학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지동설이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기에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인문사회학에서 데이터에 의해 입증되는 분야가 아니라면 주관성이 작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문사회학은 원래 주관성을 무시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문회 정국을 바라보면 최소한의 객관적 사실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근본적 의문이 들게 된다.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적격으로 판단하지만 야당은 부적격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대립은 청문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 시민과 정치인도 무용론과 필수론으로 의견이 크게 나뉜다. 국가 대표팀의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도 절대 불가론와 유능론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한다.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최고 권력자가 말 한마디를 하면 “무조건 옳습니다”라는 반응과 함께 온 사회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견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 자연히 이견이 생긴다.

문제는 이견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하느냐는 데에 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배척하고 대립만 한다면 우리 사회는 끝없는 소모전에 시달릴 뿐이다. 소모전만이 특정 개인과 집단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발전적 사회를 위해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국민 심판론이다. 대립하는 개인과 집단이 만나지 않고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먼저 특정 사안의 찬성파와 반대파는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이유와 근거를 끊임없이 제시한다. 접점이 없는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면 국민은 여론과 선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국민 심판론의 핵심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무한 토론이다. 대립하는 개인과 집단이 공론의 장으로 나와 각자 상대 주장의 허점을 집요하게 찾아내서 공격하고, 또 공격을 받으면 자신의 논리로 방어를 한다. 토론 과정을 지켜보면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를 판정할 수 있다.

국민 심판론은 당사자끼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제3자에게 결정을 맡기는 형식이다. 제3자의 판정에 승복하면 빠른 해결책이 되겠지만 제3자의 객관성이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무한 토론은 특정 사안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토론에 불참한다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토론 과정에서 주관적 편견과 객관적 사실이 구분된다. 이렇게 되면 개인과 집단은 주관적 편견을 넘어 객관적 사실을 존중하면서 자기 주장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편견의 홍보가 아니라 사실의 입증이 갈등을 풀어가는 토론 공화국의 모습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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