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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지난 2월 초 김정은정권 출범 이후 공포통치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한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직무에서 해임된 후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물론이고 김일성 생일 105돌 경축 열병식에 김원홍이 깜짝 등장(4월15일)한 이후 그의 신변과 관련한 의견이 분분했으며, 일부에서는 정부 발표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필자는 당시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한 “숙청이냐, 아니냐”는 사전적 의미와 과거 사례 등을 고려해 볼 때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숙청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암살·제명·추방·처형·체포·구금’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1970년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우리나라의 중앙정보부장이 어느날 갑자기 해임된 후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았던 상황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구 소련과 중국의 경우에도 숙청의 범주에는 처형은 물론 지방으로의 하방(下方)까지를 포함했다. 마오쩌둥 정권하에서의 덩샤오핑, 류사오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권력무대로의 복귀는 사회주의 국가의 1인 독재체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만 결심하면 언제든지 가능한 사안이어서, 복귀를 ‘숙청이냐, 아니냐’와 직접 연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김정은이 김원홍을 권력무대에 복귀시킨 것은 권력운영의 추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른바 태양절 105주년을 맞아 연출한 일석이조의 쇼이고 심리전의 일환이다. 자신의 오른팔을 숙청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대내외에 자신의 광폭정치를 선전할 수 있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2011년 김정일의 예기치 않은 사망으로 젊은 나이에 최고지도자에 오른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통치하는 북한은 전혀 끄떡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김정은은 외신기자를 초청해 놓고 초현대식 스카이라인 여명거리 준공식을 진행했으며, 열병식을 통해 신무기를 대거 공개했다. 김원홍의 깜짝등장도 이러한 쇼의 연장선상이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와 언론의 입장을 어렵게 하려는 고도의 선전선동 책략도 함축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외신기자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장에 김원홍을 깜짝 출현시킨 점, 수척해진 김원홍이 주석단에서 허둥대던 모습, 익일자 노동신문의 주석단 명단 보도에는 그의 이름이 빠졌던 점 등이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김원홍은 김일성 생일 행사 참가자 최초 명단에는 없었다가 갑작스럽게 열병식 주석단에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보위부 수장들의 말로(末路)는 향후 김원홍의 미래와 관련해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초대부장 김병하, 제2대부장 이진수, 김정일시대 부장대리 김영룡 제1부부장, 김정은시대 출범 직후 부장대리 우동측 제1부부장 등이 하나같이 자살, 심장마비 등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가 등장인물의 생사를 상황 변화에 맞게 계속 재설정해 나가는 것처럼 김정은이 김원홍에게 큰 임무를 부여할 수도, 아니면 시범케이스로 재숙청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김정은과 북한지도부의 속마음을 다양한 가정을 가지고 분석,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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