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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흥망이 조석에 달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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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8 21:31:47 수정 : 2017-05-08 21: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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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궈진 솥’으로 변한 한반도
새로 뽑힌 대통령은
포퓰리즘 공약 모두 버리고
나라 지킬 방도부터 찾아야
오환(烏桓)은 하북·산서 지역의 고대 북방 종족이다. 동호(東胡)로도 불렸다. “위략(魏略)을 쓴 어환(魚?)은 동호가 조선이라고 했다.” 단재 신채호의 ‘사론’에 남아 있는 글이다. 오환은 옛 조선을 이룬 종족이었다.

오환은 불행한 종족이다. 배신을 밥 먹듯 한 한(漢)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흉노를 막아내며 한을 도왔던 오환. 한의 생각은 달랐다. “오환이 흉노에 붙으면 위험하다.” 이런 생각에 한은 오환을 칠 기회만 엿봤다. 흉노 호연제(壺衍?)가 2만 기병을 이끌고 오환을 공격하자 오환은 한에 원병을 요청했다고 한다. 도왔을까. 흉노가 물러나기를 기다려 한의 군사는 오히려 쑥대밭이 된 오환을 습격, 학살을 자행했다고 한다. 오환은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한이 왕망(王莽)의 손에 넘어간 뒤 오환 백성은 창칼받이로 전장에 끌려갔다. 도망치기라도 하면 볼모로 잡은 처자식을 도륙했다. ‘오환의 비탄’이다. 고구려 5대 모본왕은 오환을 끌어안아 후한(後漢)에 맞섰다.


강호원 논설위원
오환에는 잔혹한 역사의 도장이 깊이 새겨져 있다. 힘없는 나라 앞에는 처참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환만 그랬을까. 역사책에 그런 예는 수없이 많다.

우리는 다를까. 똑같다. 일제의 전쟁에 끌려가 숨진 조선인들.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수십만으로 헤아릴까, 수백만으로 헤아릴까.

위기는 또 밀려들고 있다. 4월 한반도 위기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벌이지 않았으니 이제 사그라든 걸까. 그럴 리 있겠는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진화하고, 미국의 대응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미 하원이 통과시킨 ‘대북 차단·제재 현대화법’에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한반도의 내일이 담겨 있다. 대북 원유 판매금지,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북한 광물·식품·농산물·직물 구매금지, 어업권 거래금지, 보험금지…. 북한의 숨통을 틀어막는 고사 정책은 시작됐다. 북핵 갈등은 더 커진다.

“김정은과 영광스럽게 만날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 만날 수 있을까. 그러기 힘들다. 왜? 미 의회가 칼자루를 넘겨준 판에 핵 폐기 희망도 없이 김정은을 만나면 어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의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한반도 위기설은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한반도 위기를 부르는 곳은 북한뿐일까. 북한은 불쏘시개일 뿐이다. 북한 못지않게 위험한 세력은 ‘패권의 이빨’을 드러낸 열강이다. 사드 보복에 나선 중국.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사드 보복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드 기지를 타격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북·중 접경지역에는 10만군을 집결시켰다. 재무장을 넘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잰걸음을 하는 일본. 무엇을 위한 잰걸음인가. 중국과 일본은 열심히 주판알을 튀기고 있다. 한반도가 먹잇감으로 변하고 있으니 ‘하이에나 셈법’은 시작됐다.

모순은 임계점에 이르면 터진다. 가마솥이 달궈지면 물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중·일이 패권의 이빨을 드러내는 것은 한반도가 폭발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탄핵으로 비어 있던 대통령 자리가 채워졌으니 위기는 이제 가라앉을까. 그럴 턱이 없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사드 하나 감당하지 못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지 않았던가. 우리는 동네북 신세로 변했다. 좌우로 찢긴 국론, 패권을 앞세운 중·일의 공격은 이어진다. 새 대통령이 나온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달콤한 말을 쏟아 낸 대선후보들.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지킬 수는 없다.

부여성충(夫餘成忠).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은 성충을 불러 말했다. “나의 범려(范?)가 되어 짐을 구천(句踐)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겠는가.” 범려는 10년의 노력으로 경제를 일으키고, 10년의 노력으로 백성을 똘똘 뭉쳐 부강한 월(越)을 만든 인물이다. 그 힘으로 마침내 부차(夫差)의 오(吳)를 꺾는다. 성충의 대답, “전쟁의 승패가 순간에 갈리고, 나라 흥망은 조석에 달렸는데 어찌 20년을 기약하겠나이까.”

흥망이 조석에 달린 곳은 지금의 한반도다. 새 대통령은 ‘오환의 비탄’을 면할 방법부터 생각해야 한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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