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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주도해 집권하려면 / 창의적 외연 확장력 발휘해 / 떠도는 보수표 잡는 게 관건 / 줄타기, 집토끼만 잡아서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위악적인 ‘나쁜 남자’로 보이기 위해 기를 쓴다. 홍 후보는 사흘 전 손석희 JTBC 앵커와 인터뷰에서 막무가내 스타일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후보자격 시비가 있다’는 질문에 “(재판과 관련해선) 인터넷에서 찾아보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퉁쳤다. 질문자에게 모욕을 주기까지 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불리한 질문에도 충실하게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홍 후보는 “본인이 친박 아니라고 하면 친박이 아닌 것”이라는 기상천외한 논법을 펴며 친박을 껴안았다. 정작 힘을 합쳐야 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대해서는 상처를 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홍 후보가 거꾸로 간 대가는 크다. 지지율은 5∼9% 박스권에 갇혀 있다. 유승민 후보가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진흙탕 싸움에 화난 보수표도 떠나고 있다. 두 후보의 근거지인 TK(대구 경북)에서마저 지지율이 부진하다. ‘태극기부대’는 그제 새누리당을 재출범시키면서 대선후보를 따로 내기로 했다. 홍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친박을 지게 작대기로 쓰며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끌어오려 했지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보수표가 돌고돌아 그에게로 온 덕이다. 새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이이제이’가 눈길을 모은다.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치는 전략은 홍 후보가 좌충우돌하면서 보기 좋게 성공하고 있다. 홍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연일 좌파라며 공격해줘서 좋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견제해 그의 지지율이 뜨지 않아 좋고, 그러면서 홍 후보 스스로 자질론에 휩싸여 제자리걸음을 해서 좋으며, 이런 모습에 실망한 보수표가 안철수 후보에게 넘어오니 일석사조가 아닐 수 없다.

안 후보가 보수표를 흡수한 것은 후보의 역량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을 무시해선 안 된다. 보수층은 안 후보 이전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먼저 마음을 주었다. 그때마다 안 후보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보수표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런데 보수가 짝사랑한 세 명의 주자가 거푸 낙마하면서 안 후보에게 기회가 간 것이다. 안 후보가 잘 해서인지, 아니면 보수표가 잠시 머무르고 있는지, 샤이 보수표가 얼마나 숨어 있는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호남 편중이 심한 40석의 원내 3당이다. 지역구 의원 27명 중 23명이 호남이다. 집권한다고 해도 연대와 연정 없이는 국정운영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안 후보는 “대통령만 협치를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에 넘친다. 안 후보는 5년 전에도 “나는 정치개혁과 정권교체 두 가지 다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후보”라면서 야권지지층과 중도지지층 사이의 줄타기 발언을 거듭했다. 이번에도 호남표와 보수표를 잡기 위해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집권하려면 누가 주류고, 정책과 예산 집행의 주 대상이 누군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계속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보수표를 끌어안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정권교체 욕구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면서 당내 경선에서 완승했다. 본선은 다르다. 선두라면 뭔가 남과 다른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 후보가 외연확대를 위해 뭣을 하는지 알려진 게 없다. 통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도 여전히 촛불세력에 눈을 맞추느라 ‘적폐청산’ 구호 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 후보의 추격전이 뜨거운 상황에서 집토끼에만 신경 쓰는 것은 이해불가다.

이번 대선은 어쩌다 보니 보수표를 누가 많이 가져가고, 어떻게 잡아두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표를 두고 1, 2, 3등 후보가 벌이는 게임은 모두 구태의연하다. 김대중은 이념에서 정반대인 김종필의 손을 잡아 DJP 구도를 만들어냈고 서민 노무현은 재벌 정몽준과 후보단일화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어느 후보든 집권하려면 창의적인 마인드로 선거판을 이끌고 지지기반의 확장성을 높여야 한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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