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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숨진 미국 동화작가 에이미 크라우스 로즌솔이 생전에 뉴욕타임스에 ‘남편의 두 번째 아내를 찾습니다’란 칼럼을 실었다. 난소암으로 시한부 삶을 통보받은 그녀는 26년을 함께한 남편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새 동반자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궁리 끝에 ‘남편과 결혼하실 분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글은 50만건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같은 미국에서 전해진 다른 소식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큰며느리 할리 바이든과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이 연인관계라고 한다. 병마에 남편을 잃은 형수와 이혼의 아픔을 겪은 시동생이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도 시아버지이자 아버지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헌터와 할리가 슬픔을 딛고 함께 삶을 준비하는 것은 가족 모두에게 행운이다.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우리 정서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러나 배우자 잃은 이의 상실감을 달래주기 위한 주변의 응원이 감동적이다.

한국인이 배우자를 잃고 난 후의 우울감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심하고 오래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미시간대 인구연구센터 아푸르바 자다브 교수팀이 한국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중국 고령자 대상으로 배우자 사별 후의 우울 정도를 분석했더니 우리나라는 배우자 사별 전 우울 점수가 3.49점이었으나 사별 후에는 5.07점으로 1.58점 상승했다. EU 0.85점(2.75→3.60), 미국 0.61점(1.25→1.86), 영국 0.54점(1.57→2.11)에 비해 상승 폭이 높았다. 한국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배우자 사망이란 말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인 셈이다.

기자도 실감한다. 지난 주말, 폐암으로 돌아가신 장인 1주기여서 처가를 다녀왔다. 1년이 지났지만 장모님에게 장인 빈자리는 메워지기는커녕 더 커졌다. “5년만 더 사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며 눈물을 쏟았다. 배우자를 잃은 슬픔을 이겨나가는 방식도 동서의 차이가 보인다. 사랑을 잃은 슬픔은 결코 ‘세월이 약’이 될 순 없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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