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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조기 매듭짓자"… 檢, ‘정공법’ 택했다

관련이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입력 : 2017-03-27 19:00:58 수정 : 2017-03-27 22: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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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조기결단 왜
검찰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상대로 예상보다 빠른 27일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직 국가원수의 신병처리라는 민감한 사안을 최대한 일찍 매듭지음으로써 대통령선거 등 정국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도 ‘정공법’을 택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 그리고 이미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헌재 결정문 요지가 구속 사유로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알리며 이례적으로 발표자료를 내놓았다. 검찰은 이 자료에서 “피의자(박 전 대통령)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일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며 읽은 결정문 요지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법리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관한 결론을 내리는 시점이 30일 이후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주말에도 전원이 출근하는 등 최대한 속도를 내 김수남 검찰총장에 대한 보고절차까지 일사천리로 마치고 이날 오전 최종 결론을 내렸다.

김수남의 결단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27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오른쪽)과 김주현 대검 차장이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유리창을 통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대선 국면에 진입한 정치권 상황을 고려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시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지난 일주일 동안 수사팀으로부터 수시로 관련 보고를 받고 대검찰청 간부들과 전직 총장 등 검찰 원로들에게 조언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검찰 소환조사 당시 예상대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검찰은 이 대목을 증거인멸 우려를 보여주는 근거로 판단해 영장청구 사유에 포함시켰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관련자와 공범 등 20명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공범과 지시를 이행했을 뿐인 관련 공직자,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춰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못박았다.


◆검찰, 뇌물 액수 어떻게 산정했나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지난해 검찰이 밝혀낸 8가지와 올해 박영수 특별검사가 추가로 확인한 5가지로 총 13가지다. 죄명으로 따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형법상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 등이다.

핵심은 삼성 측으로부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다. 앞서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삼성에서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한 433억원을 뇌물 총액으로 산정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훈련 지원금 명목으로 계약한 213억원, 그리고 최씨 조카 장시호(38·〃)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원을 모두 더한 금액이다.

이번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작성하며 뇌물 액수를 298억원으로 조정했다. “승마 훈련 지원 명목으로 계약한 213억원 중 실제로 집행한 금액은 78억원뿐”이라는 삼성 측의 항변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로 건네진 돈뿐만 아니라 건네기로 약속한 돈도 뇌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향후 재판과정에서 뇌물 액수가 다시 433억원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는 삼성이 건넨 돈이 전부이고 SK나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은 일단 뇌물에서 빠졌다. 검찰은 “SK와 롯데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며 기업 관계자 중 피의자로 입건한 이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7일 최태원(57) SK 회장을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했다.

김태훈·김건호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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