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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점' 서기자의 살과의 전쟁] (5회) 정체기, 넌 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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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6 09:27:37 수정 : 2017-07-31 13: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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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해 보이네. 몇 킬로 빠진 거야?” 요즘 회사에 가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다. 살을 빼고 있다는 것을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살짝 날씬해졌으니 다들 그게 궁금했을 것이다. ‘몇킬로’ 빠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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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며칠 동안은 이런 질문에 대답할 때 조금 뻘쭘해진다. 다이어트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그것, 바로 ‘정체기’가 왔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처음엔 좋았다. 힘이 들었지만 매일 살이 빠지는 소리가 어딘가에서는 들려왔다. 하루는 저울이 ‘살 빠졌네’라고 이야기해준다. 또 하루는 그동안 꽉 끼었던 바지가 ‘오~ 날씬해졌는데’라고 말해준다. 또 한번은 아내가 “사람이 달라보인다”고 직접 칭찬을 해준다. 처음에 회사에서 “날씬해 보이네. 몇 킬로 빠진 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당하게 “에이~ 조금 빠졌어요”라고 얘기할 수도 있었다. 여기저기서 살이 빠지는 신호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신호는 다음날 힘든 운동과 식이요법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신호가 들려오지 않는 것이다. 저울이 며칠째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운동을 하고 조금이라도 내려간 숫자를 기대하며 저울에 올랐는데 숫자가 올라가 있기도 하다. 이럴 때는 밤새 공부해서 시험을 쳤는데 낙제점 받은 아이처럼 허탈해진다. 순조롭게 이어지던 다이어트의 리듬이 끊겼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뭐가 잘못됐지? 지금 하는 방법이 잘못된 건가?’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순조롭게 살을 빼왔으므로 방법이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생각이 찾아온다. ‘아! 그러면 운동의 양이 부족했던 거구나.’ 살이 조금 빠지면서 몸이 적응했으니 운동을 좀더 강하게 해야 살이 빠질 것같다. 이렇게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는 동안 마음은 조급해만 진다.

그런데 이런 조급한 마음은 모르는지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는 코치는 오히려 천하태평이다.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려면 땀이 뻘뻘 나는 운동을 해도 모자를 것 같은데 개인트레이닝에서는 오히려 근육운동만 늘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데드리프트다. 길에 놓인 무거운 쌀포대를 드는 듯한 느낌으로 아령을 들었다 놓은 운동이다. 너무너무 힘들지만 숨이 차오르지는 않는다. 노젖기를 연상시키는 ‘로잉머신’과 턱걸이를 하는 느낌으로 줄을 당기는 ‘랫 풀 다운’도 추가됐다. 등 근육을 강하게 하는 운동들이다. 하지만, ‘이걸로 살이 빠질까’하는 생각이 든다. 조급함은 늘어만 간다.

결국, 이 조급함을 코치가 눈치를 챘다.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라고 넌지시 이야기를 한다. “한 달 동안 엄청 건강해 지셨잖아요. 데드리프트도 5kg도 못 들던 거 이제는 몇 배 넘는 것도 드는 걸요.”

아. 그러고보니 내 앞에는 보기에도 묵직한 아령이 놓여있다. ‘어느새 이 무거운 걸 내가 이제는 거뜬히 들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니 요즘 많이 건강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집 앞 계단을 오르는 데 덜 겁이 난다. 무의식적으로 찾던 회사엘리베이터도 훨씬 덜 탄다. 아침에 일어날 때 바로 벌떡 일어난다. 

“저울 숫자 말고 몸이 보여주는 증거를 믿으세요.” 코치의 말이었다. 그랬다. 저울이 주는 신호는 멈췄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신호가 계속 오고 있었다. 저울 숫자는 정체기였지만 내 건강은 정체기가 아니었던 것. 나는 매일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더 건강해지고 있었다.

줄어드는 몸무게 숫자에 도취해 있었던 동안 ‘살과의 전쟁’의 진짜 목표를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목표는 날씬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해지는 것, 그리고, 건강해져서 좀 더 활기찬 삶을 사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 순간, ‘아. 나는 잘하고 있구나!’하고 조금 뿌듯해졌다. 끊어졌던 다이어트의 리듬감이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 뿌듯함을 원동력으로 또다시 힘내서 운동을 해야겠다.

그럼 조금 더 날씬해진 몸으로 다음주에 뵙기를 바라며.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윤현용 트레이너의 다이어트 이야기

식단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데도 체중의 변화가 없거나 더뎌지는 정체기는 다이어트를 중도에 포기하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몸은 확실히 가벼워지고 주위에서 얼굴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지만 체중계의 변하지 않은 몸무게를 보면 실망하거나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동기부여가 되지않아 다이어트 의지가 한풀 꺾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중의 변화가 없다고 무조건 ‘정체기’라고 단정지으면 안 됩니다. 만일 정체기가 왔다고 느껴진다면 그동안 자신이 해온 식사와 운동에 대해 다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흐트러짐 없이 잘 해왔지만 몸의 변화가 없다면 정체기이고, 혹시 ‘찔리는’ 곳이 있다면 정체기가 아닌 ‘찔리는 행동’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또한, 정체기를 맞아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몸은 외부환경에 변화에도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어서 체중 변화가 있을 경우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오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저항의 기간을 지나야 다시 체중감량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체중감량 후 정체된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 또한 다이어트의 일부이며 감량된 체중을 진짜 나의 몸무게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다시 체중은 감소할 것입니다. 다이어트는 장기전입니다! 

윤현용(센터원 웰니스 휘트니스센터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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