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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정적인 대체 수자원, 하수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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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1 00:51:31 수정 : 2017-03-21 00: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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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물 쓰듯 하다’란 말이 있다.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비유겠지만 실상 물은 그리 흔한 자원이 아니다.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하천·호소(늪과 호수)의 물은 지구 전체 물의 0.01%뿐이다. 세계 인구와 생산 활동이 늘어나면서 물 공급은 이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 관리가 어려운 나라에 속한다. 세계 평균보다 1.6배 많은 연간 약 1300㎜의 비가 내리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강수량의 계절적인 편중도 심해 비가 많이 내리는 6∼9월을 제외한 기간에는 가뭄에 취약하다. 더욱이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5년에 평년의 72%에 불과한 약 940㎜의 비가 내렸다. 수도권과 강원도 영서지방은 60% 이하로 더 적었다. 이달 초에도 충남 서부지역 취수원인 보령댐의 저수율이 17.1%까지 떨어졌다. 제한급수 조치가 있었던 2015년 11월의 18.9%보다도 낮은 수치다. 가뭄으로 인한 불편이 일상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보다 안정적인 대체 수자원을 발굴해야 할 때이다. 가장 유력한 대체 수자원 중의 하나로 전 세계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주목하고 있다. 도시는 사용된 물을 처리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연간 70억㎥의 하수처리수가 발생하고 있다. 수자원 총 이용량이 연간 333억㎥임을 감안하면 약 20%에 해당한다. 도시마다 대규모 댐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멀리 산간지역에 있는 댐에서 물을 이송해야 하는 불편 없이 가까이서 사용할 수 있고, 기상이변과 강수량에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아 연중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물이 부족한 나라는 일찍부터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늘려왔다. 쿠웨이트, 이스라엘 같은 중동 국가들은 하수처리수를 90% 가까이 재이용하고 있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더욱 적극적이다. 이 나라는 서울시 규모밖에 되지 않으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반면, 집수면적이 좁고 제대로 된 취수원이 없어 만성적인 물부족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를 해결하고자 ‘신생수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하수처리수를 재처리해 물 수요의 30%를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하수처리수 재이용률이 매년 증가해 2015년 기준으로 하수처리수의 15%가량인 약 10억㎥를 재이용하고 있다. 약 1400억원을 투자해 2014년에 완공된 포항의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하수를 먹는 물 수준으로 처리해 인근 산업단지에 하루 10만㎥의 물을 공급한다. 동일한 규모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소요되는 댐 건설비의 3분의 1 수준이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는 ‘하수의 재발견,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인류 역사에서 하수도는 ‘잘 버리는’ 배수시설로 시작했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하수도는 ‘잘 처리하는’ 단계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물 순환이용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시 잘 사용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 물 시장 규모는 반도체 시장의 2배가 넘는 7000억달러(약 800조원)에 달한다. 하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우리나라가 세계 물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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