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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투데이] 시한부 언어…‘제주 방언의 위기’

입력 : 2017-02-20 18:48:09 수정 : 2017-02-20 22: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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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세계 母語의 날’ / 유네스코 “절멸위기 아주 심각” / 도민 20대 65%가 “못 알아들어” / 교육 강화 등 국가적 보존 시급
‘시한부 언어’

제주어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고려시대 언어의 흔적이 남아 학술적 가치가 높고 제주의 ‘10대 문화상징’으로 선정될 정도이지만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21일로 19주년을 맞은 ‘세계 모어(母語)의 날’을 무색하게 한다. 제주어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보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 방언의 위기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분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절멸 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록했다. 5단계(소멸)의 바로 전 단계이다. 제주어로서는 사라질 날만 기다리는 처지인 셈이다. 같은 처지의 4단계 언어는 만주어와 하와이어, 아이누어, 오로치어, 콥트어 등이 있다.

제주어를 벼랑 끝으로 몬 가장 큰 원인은 교통과 통신 발달 등에 따른 제주도의 ‘육지화’와 표준어 중심의 대중교육이 꼽힌다.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발달한 제주어의 독특함이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젊은층의 방언에 대한 이해나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나 특히 제주도의 젊은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일 제주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제주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5∼19세의 71.4%가 제주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절반 정도만 이해한다고 답했다. 20대도 상황은 비슷해서 65%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60대 이상의 대부분이 ‘이해한다’(67.1%), ‘보통 이해한다’(25%)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도 출신인 강모(31)씨는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면 할아버지 세대들은 제주어를 사용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소장은 ‘제주어 교육 강화’를 보존방안으로 제시했다. 강 소장은 “초등학교부터 제주어 교육을 강화해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공식적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가정에서는 브르타뉴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가 활성화돼 있다”며 “제주어도 이중언어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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